물러나는 이동관 홍보수석 “신성일 하고 싶었는데 허장강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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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나라고 신성일·김진규 역할을 하고 싶지 않았겠나. 하지만 허장강·박노식 역할을 할 사람도 필요한 것이다.”

13일 청와대 새 인선을 발표하면서 이동관 홍보수석이 한 말이다. ‘정권과 청와대의 피해를 막기 위해 악역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였다. 그의 후임은 이날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 수석의 교체는 이미 기정사실화됐다.

이명박 청와대 초대 대변인과 홍보수석을 거친 그는 야당의 대표적인 표적이었다. 최근 ‘이 수석이 주일대사나 국가브랜드위원장으로 이동할지 모른다’는 소문만 돌자 야당이 공식 논평을 내 반대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2년 반 동안 다섯 차례나 명예훼손 고소를 한 그를 ‘고달(고소의 달인)’이라 부르는 네티즌도 많다.

이에 대해 이 수석은 “사람들은 검투사에게 ‘왜 멋지게, 우아하게 칼싸움을 하지 못하느냐’라고 말할 수 있지만 링 위에 올라 있는 검투사에겐 한가한 얘기다. 찌르지 않으면 찔려 죽기에 때론 살기 위해 뒤에서도 찔러야 하는 게 검투사다”고 주장하곤 했다. 올해 초 토정비결을 본 이 수석의 부인은 그에게 “평생 가장 구설이 많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수석은 이날 “2007년 7월 1일 ‘이명박 캠프’에 참여해 3년여 동안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해 온 것”이라며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산 기간”이라고 회고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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