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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추진 위한 정치 공세다” vs “방만사업 … 재정난 엄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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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기도 성남시의 판교특별회계 차입금 5200억원의 지불유예(모라토리엄) 선언(본지 7월 13일자 1면)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이 제각각이다. 꼭 재정 여건이 어려워 이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게 아니라 다른 속셈이 있다는 주장이 많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판교신도시. 2004년 시작된 신도시 조성 공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며 내년 말 완료된다. 현재 1만2000여 가구가 입주를 마쳤다. 이재명 시장의 지불유예 선언으로 공공시설 공사가 차질을 빚을 수도 있게 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우선 이재명 시장의 입장은 확고하다. 전임 시장이 3200억원이 넘는 호화청사를 짓는 등 무리한 사업을 강행하면서 생긴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13일 “민간 회계 전문가들을 감사위원으로 위촉해 판교특별회계 전용 과정과 사용처가 적절했는지 점검하겠다”고 했다. 이 시장은 “성남시 재정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이번 선언이 ‘엄살’이 아님을 입증하겠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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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대엽 전 시장 측은 “정치 공세”로 규정했다. 그는 현재 부인 전모(66)씨가 5일 선거법 위반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뒤 외부와의 연락을 일체 끊고 있다. 이 전 시장과 가까운 A시의원은 “이재명 시장의 ‘모라토리엄’ 선언은 한마디로 이대엽 죽이기 차원으로 청사 신축과는 무관하다”며 “자신이 공약한 사업 예산을 확보하려고 명분을 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지방선거 때 ▶시립병원 설립 ▶1공단 부지 공원화 ▶분당~수서 간 고속화도로 지하화 ▶미금 환승역 설치 등을 대표 공약으로 내놨다. 추정 사업비만 1조원이 넘는다. 판교특별회계 차입금을 갚고 나면 가용재원이 부족해 지방채를 발행해야 공약사업을 이행할 수 있다는 게 A의원의 주장이다.

판교신도시 공동사업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도 모라토리엄 선언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 회사 박성옥 팀장은 “공동공공시설 선투자비 상환 협의를 앞두고 성남시가 납부 지연의 명분을 쌓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성남시가 LH에 줘야 할 공공시설 선투자비는 2300억원이다. 이 돈은 판교신도시에 설치한 도로와 공원, 광장 등 주민 공공시설 공사비로 사용됐다. LH는 이달 말 판교신도시 사업비 정산이 끝나면 성남시에 납부를 요구할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이 시장의 선언을 ‘정치쇼’로 규정했다. 정헌율 지방재정세제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성남시의 재정 여건을 보면 모라토리엄 선언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성남시가 5월 말까지 징수한 지방세는 41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490억원보다 19% 증가해 재정 형편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정 국장은 “성남시 세수가 5월 말 기준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9% 늘었고, 지방채 규모는 다른 지자체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쳐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 고 주장했다.

글=성남=유길용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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