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씨에 매달 5천만원 받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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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이 10일 김홍업(사진)씨를 기소함으로써 그에 대한 수사는 1차 마무리됐다.

그가 측근을 통해 벌인 여러 건의 이권개입, 그렇게 해서 받은 돈의 규모, 치밀한 돈세탁 수법 등이 낱낱이 드러났다.

특히 대기업으로부터 대가 없이 받은 돈까지 합쳐 홍업씨가 현 정부 출범 이후 여기저기서 챙긴 돈은 무려 48억원이 넘는다. 측근 김성환씨 등과 함께 이권청탁 대가로 거둔 25억8천만원,현대·삼성 등에서 받은 22억원 등이다.

국정원측으로부터 받은 8천만원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진행될 재판과정에서 그에게 건네진 돈이 추가로 드러날 수도 있고, 아직 사용처나 출처가 불분명한 돈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수도 있어 여진(餘震)은 계속될 전망이다.

◇조세포탈 5억8천만원=공소장에 따르면 홍업씨는 1998년 7월 금강고려화학 고위 간부를 통해 당시 현대그룹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개인 돈 10억원을 10만원짜리 헌 수표로 전달받았다.

이어 鄭전명예회장은 99년 3월부터 2000년 5월까지 매달 5천만원씩의 현금을 활동비 명목으로 측근을 통해 홍업씨에게 줬다. 현대의 활발한 대북사업 추진과 鄭전명예회장이 소떼를 끌고 북한을 방문했던 때와 맞물린 시기다.

검찰 관계자는 "2000년 6월부터 현대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소위 '왕자의 난'등 내부 분란이 생기면서 돈 전달이 중단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鄭전명예회장이 이미 작고해 당시 홍업씨에게 준 돈이 대가성이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홍업씨는 또 99년 12월 삼성그룹 관계자를 통해 이 회사 돈 5억원을,98년 3월에는 삼보판지 사장으로부터 1억원이 입금된 차명통장을 받는 등 세곳으로부터 모두 15차례에 걸쳐 22억원을 활동비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받은 돈에 대해 탈루한 증여세가 5억8천만원이다.

검찰은 "금전적 이득이 발생할 경우 3개월 내에 관할 세무서에 소득현황을 신고해야 하나, 이를 회피할 목적으로 돈을 은닉한 혐의가 있는 만큼 조세포탈죄 적용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홍업씨가 임동원·신건씨 등 전·현직 국정원장으로부터 받은 3천5백여만원에 대해서는 조세포탈범죄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권개입 업체 여섯곳으로=검찰은 홍업씨가 ▶성원건설 전윤수 회장에게서 법원 화의인가 명목 등으로 김성환씨 등과 함께 모두 14억4천만원▶이거성씨와 함께 새한그룹 이재관 전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무마 등에 개입해 7억5천만원을 받는 등 모두 여섯곳으로부터 25억8천만원의 돈을 챙긴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홍업씨가 구속될 당시보다 한 건이 늘었고 받은 액수도 3억원이 추가된 것이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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