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자전거도로 곳곳에 철판 덮개 "인라인 타기 겁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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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강 시민공원의 자전거 도로가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기는 시민들에게 안전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인라인 스케이트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장애물이 있는 데다 안전시설이 부족해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9일 한강 시민공원은 평일인데도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개망초가 어른 키만큼 자란 한강변을 따라 목동~여의도~잠실로 이어지는 30여㎞의 자전거 도로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는 단골 코스다. 도심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길 만한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수천명에 달하는 인라인 스케이트 인구가 한강을 찾는다.

그러나 한강변 자전거 도로는 곳곳에 '지뢰'가 있어 위험천만이다. 6m×5m 크기의 하수관로 철판 덮개가 30군데 이상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하수관로 덮개에는 각종 마크와 글씨가 울퉁불퉁하게 새겨져 있어 스케이트 바퀴가 걸리기 십상이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던 이무형(30·영등포구 대림동)씨는 "덮개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이 하루 수십명이 넘을 것"이라며 "한강변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 본 사람은 누구나 위험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인라인 스케이트는 보통 시속 15~30㎞로 자전거 못지 않게 빠르다. 더구나 인라인 스케이트는 브레이크 작동이 어려워 갑자기 나타나는 하수관로 덮개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특히 밤에는 사고 위험이 더욱 높다.

한강변 자전거 도로의 하수관로 덮개는 1985년에 설치됐다. 당시만 해도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이 없어 덮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수백개의 동호회가 생기는 등 대대적인 인라인 스케이트붐이 일면서 한강 자전거 도로의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또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의 경우 안전시설이 거의 없다. 흑석동 명수대 현대아파트 109동 뒤편 노량대교 아래 자전거 도로 구간은 경사가 급한 데다 커브길이어서 사고 위험이 무척 높다. 내리막길에서 급히 방향을 틀지 못하면 곧바로 한강으로 추락하므로 서둘러 그물망을 설치해야 한다. 실제 브레이크를 잡지 못해 난간 밖으로 떨어진 사례도 있었다.

10년 경력의 아마추어 스케이트 선수인 김동수(39·건설업)씨는 "우선 철판 하수관로 위에 실내 스케이트장에서 사용하는 고무판을 깔면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다"며 당국의 무관심을 꼬집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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