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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사委 "보안법 개정·철폐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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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韓相範)가 국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국가보안법을 개정 또는 철폐해야 한다고 9일 주장했다. 또 국보법에 의거해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는 것은 국제 인권수준에 비춰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위원회는 1997년 경찰 추격을 피해 달아나다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진 한총련 투쟁국장 김준배(당시 27세·광주대)씨에 대해 "민주화 운동과 관련, 위법한 공권력에 의해 숨진 것으로 인정된다"고 결정하고 이렇게 주장했다.

위원회는 결정문에서 "金씨의 활동은 한보비리 규명, 대선자금 공개 등 우리 사회 민주화를 위한 것이었음에도 국보법상 이적행위로 규정됐다"며 "정권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큰 국보법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金씨가 한총련 간부였다는 사실이 그의 민주화 운동 관련성을 인정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았다"며 "개정·폐지 논란이 있는 국보법에 근거,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90년에 가입한 유엔의 자유권 규약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해석은 98년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집행부에 실형을 선고한 대법원의 판결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지휘 검사였던 정윤기 현 영월지청장은 이날 "대법원에서 이적단체로 인정된 한총련 제5기 투쟁국장으로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金씨의 행위는 민주헌정질서를 침해한 것"이라며 "金씨는 민주화운동 관련자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위원회는 이날 金씨의 명예회복과 유가족 보상을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보상심의위에 요청하는 한편 정부와 국회에 국보법의 개정 또는 철폐를 권고했다.

위원회는 또 "金씨가 추락 직후 경찰관에 의해 폭행당했다는 목격자 진술과 몸에 구타 흔적이 있다는 법의학자들의 소견으로 미뤄 金씨는 추락과 폭행 모두에 의해 숨진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金씨를 폭행한 광주 남부경찰서 李모(32)경장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한총련 이적단체 판결=대법원은 98년 7월 30일 한총련 의장 강위원(당시 25세·전 전남대 총학생회장)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총련은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노선과 활동을 찬양·고무하고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이적단체"라고 밝히고 姜씨에 대해 징역 5년·자격정지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姜씨는 97년 4월 한총련 대의원 대회에서 제5기 의장으로 선출된 뒤 도심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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