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선거 때도 서해交戰 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지방선거 투표일인 지난달 13일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이 우리 고속정을 향해 함포를 겨냥, 남북 해군이 30여분간 대치하는 등 교전(交戰)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발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북한 경비정은 우리측 대응방식을 떠보기 위해 지난달 11,13일에는 북한 어선의 단속과 상관없이 NLL을 침범했고, 서해 도발 하루 전인 28일에는 과거와 달리 도발 당일처럼 2개 방향에서 동시에 NLL을 침범하는 등 기습공격을 준비하는 징후가 명백하게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도발 당일인 29일에도 북한 경비정이 NLL을 넘을 것이라는 사전 정보를 우리 군 당국이 확보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합참과 해군 2함대사령관은 이같은 사전 징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한 사전 작전지시 없이 평상시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 때와 같은 수준의 작전지시만 내림으로써 우리 고속정의 피격을 피할 수 없도록 하는 허점을 노출한 것으로 보인다.

<관계기사 3면>

군 고위 관계자는 7일 "한국과 포르투갈의 시합 전날인 6월 13일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이 대응출동한 우리 고속정을 향해 함포를 겨냥해 우리측도 대응사격을 준비하는 등 30여분간 대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 들어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은 0.9~3마일을 남하했으나 당시 북한 경비정은 무려 4마일을 남하했을 뿐 아니라 6월 11일에 이어 올 들어 두번째로 북한 어선의 단속과 상관없이 NLL을 침범해 교전 직전 상황까지 치달았다"고 전했다.

특히 국방부의 '서해교전 조사 결과'에도 북측은 지난달 28일 종전과 달리 2개 방향에서 거의 동시에 NLL을 침범했으며, 27~29일은 기상(氣象)상태가 양호한데도 북한 어선 대부분이 연안에서 조업하는 등 북한군은 치밀하게 선제 기습을 위한 사전준비를 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사전징후가 파악됐음에도 합참 등은 서해교전 당일 대비태세 강화지시 등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 관계자는 "이상징후가 파악됐으나 월드컵 특별경계강화 지침에 따라 평소 'C'형인 작전단계 등급이 이미 'B+'형으로 상향조정돼 있어 추가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전반적인 작전상황에 대해서만 이뤄졌다"면서 "전술운영 측면 등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조사를 벌여 문제가 발견되면 관련자를 문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