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성적 토대 산정 '4강 한국' 최대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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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월드컵 4위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22위?

3일 발표된 FIFA 랭킹은 한국 입장에서 보면 언뜻 의아한 부분이 많다. 한국이 18계단 상승하긴 했으나 유럽 강호들을 연파하며 4강 진출에 성공하고도 20위 이내에 진입하지 못한 것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프랑스나 아르헨티나가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고도 여전히 최상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FIFA 랭킹을 이해하기 위해선 복잡한 점수 산정 방법을 알아야 한다. 점수 산정에는 ▶경기 결과(승·무·패)▶득·실점▶홈·원정 여부▶대회의 중요도▶상대팀 실력▶대륙별 실력차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월드컵 개막 전 발표된 지난 5월 FIFA 랭킹에서 6백3점으로 40위였던 한국은 이번에 61점을 가산하며 6백64점으로 22위에 올랐다.

한국이 많은 점수를 획득한 요인은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A매치를 1로 기준할 때 월드컵 지역 예선엔 1.5배, 월드컵 본선엔 2배의 가중치가 적용된다.

또한 포르투갈·이탈리아 등 유럽 강호를 잇따라 물리친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FIFA 랭킹은 유럽·남미팀을 상대로 얻은 점수가 1이라면 아시아·아프리카팀을 상대로 얻은 점수는 각각 0.9와 0.84로 환산된다.

반면 홈경기보다 원정경기에 가산점을 주는 원칙에 따라 모두 홈경기를 치른 한국은 상대적으로 불리했다.

FIFA 랭킹은 최근 8년간의 성적을 토대로 정해진다. 즉 구조적으로 FIFA 순위는 경직성을 띠고 있어 아무리 특정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 '반짝' 상위팀은 나오지 않는다. 가장 큰 대회인 월드컵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크게 움직인 것이다.

스페인과 한국의 점수를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다. 스페인은 8강전에서 한국에 패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같은 61점을 더 따내며 8위에서 4위로 순위가 올라갔다.

이는 스페인이 한국에 승부차기에서 졌으나 월드컵 공식 기록은 무승부로 남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식 기록은 스페인이 3승2무이며 한국은 3승2무2패다.

그러나 한국의 18계단 상승은 이번 순위 중 가장 큰 상승폭이다. 아시아 나라 중에서도 일본(24위)·사우디아라비아(38위)·중국(51위)을 제치고 가장 높다.

또한 과학적인 방식이 정착돼 FIFA 랭킹에 권위가 생긴 1999년 이후 한국이 받은 랭킹 중에서도 가장 높다. 따라서 FIFA 랭킹 22위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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