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영랑 일대기 다룬 실명소설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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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현대문학』 1967년 3월 호에 실린 ‘실명소설 김영랑’.

전남 강진군은 내년 말 완공 예정인 한국 시문학파 기념관에 소장할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영랑 김윤식(1903~50) 시인의 일대기를 실명으로 다룬 소설을 찾아냈다고 11일 밝혔다.

한국 시문학파 기념관은 강진읍 남성리 영랑 생가 앞에 10월께 착공된다. 29억원을 들여 전시공간과 자료실·세미나실·사랑채·소공원 등을 갖춘다. 영랑을 비롯해 김현구·정지용·박용철·정인보·이하윤·변영로·신석정 등 1930년대 활약했던 시문학파들의 시와 사진, 유품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

이번에 발굴된 ‘실명소설 김영랑’은 1967년 3월 발행된 『현대문학』제13권 제3호에 실려 있었다. 소설은 이동주 시인(1920~79)이 썼다. 해남 출신인 그는 1950년 『문예』에 ‘새댁’ ‘황혼’이 추천돼 등단했고, 이광수·김소월·김동인·박종화 등 유명 문인 20여명에 대한 실명소설을 썼다.

‘실명소설 김영랑’은 11쪽에 걸쳐 영랑의 삶과 문단 활동 등을 서술하고 있다. 1930년 영랑과 함께 『시문학』창간을 주도했던 용아 박용철과의 끈끈한 교우 관계와 인간적인 면모를 대목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영랑은 이 무렵 어둡고 답답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추수 삼백석에 의식은 유족하지만 일제의 질곡으로 신음하던 때였다. 숫제 일본문학으로 개종하는 이가 많았지만 청산학원을 나오고도 우리말로 밖에 시를 쓰지 안 했던 그는 문단과도 절연이 됐고… 이씨(李氏)는 구니모도(國本), 김씨는 가나우미(金海), 가내무라(金村) 또 무엇 무엇으로 두 글자 성(姓)을 쓰도록 강요당하는 판국에, 내 집 성은 김씨로 창씨 했소 하고 끝까지 한글 성을 버티기도…’ 소설은 영랑의 항일정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황주홍 강진군수는 “그 동안 묻혀있던 ‘실명소설 김영랑’이 뒤늦게나마 발굴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며, 영랑과 시문학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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