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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티스트 75명 선정, 그들의 작품성·창의력은 충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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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호 08면

1 조덕현 ‘Flashback. A Marriage’(2009)

한국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집중 소개하는 제2회 코리안 아이(Korean Eye)전이 5일 런던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에서 개막됐다. 전시를 기획한 사람은 패러렐미디어그룹의 데이비드 시클리티라(David Ciclitira) 회장. 그는 스포츠 커뮤니케이션(특히 골프 투어 개최) 분야의 권위자로 예술품 컬렉터이기도 하다.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골프 투어를 개최하면서 아시아 예술가들의 작품을 접하게 되었고 특히 한국 미술에 심취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난해 개최한 ‘코리안 아이’전에 25만 명 넘는 관람객이 몰리면서, 그는 한국 현대미술을 본격적으로 소개할 화집이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가 문을 두드린 곳은 밀라노에 본사를 둔 ‘스키라(SKIRA)’였다.

한국 현대미술 화집 최초 출간한 ‘SKIRA’ 국제담당 매니저 프란체스코 바라지올라

스키라라는 이름은 출판계에 별 관심이 없더라도 대형 전시회를 몇 번 다니다 보면 금방 익숙해지는 이름이다. 주요 전시회 화집의 대부분이 스키라를 통해 출판되기 때문이다. 미술·건축·디자인·패션·사진·고고학 등 예술 전반에 걸친 책을 전문으로 출판하며 전 세계에 스키라의 이름으로 배포한다. 스키라에서 코리안 아이를 담당한 사람은 국제 출판 매니저 프란체스코 바라지올라(Francesco Baragiola·사진)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그를 출판사 아래 작은 식당에서 만났다.

2 김현수 ‘Dryad’(2008)3 김현준 ‘Franks’(2009)4 배찬효 ‘Existing in Costume Cinderella’(2008)5 김덕용 ‘Rhythm Strings’(2009)6 정수진 ‘Actor’(2008)7 장승효 ‘Stage of Culmination_ Hera’ ( 2008)8 배준성 ‘The Costume of Painter, A. Tadema 060602’(2007)9 김 준 ‘We: Red Devil’(2005)

-연간 얼마나 발행되나.
“매년 300권 이상의 새로운 아트북을 4개 국어(영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스페인어)로 출판한다. 경우에 따라 독일어·포르투갈어판도 찍는다. 또 60편 이상의 아트북이 재출간된다. 학교에서 교재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고 찾는 컬렉터도 많다.”

-제일 잘 팔리는 책은?
“전시회를 통한 화집 판매다. 보통 1만5000권 이상을 판다.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물론 프랑스나 미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로마에서 열린 불가리 125주년 기념 전시회의 카탈로그도 출판하지 않았나.
“그렇다. 스키라는 카르티에·불가리·르네 라릭 등 세계 최고의 주얼리 하우스와 디자이너들의 카탈로그도 출판했다. 모던 주얼리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아시아 등에서 오래 전에 제작되고 발견된 주얼리 화집도 상당수 있다.”

-어떤 외국 미술관들과 작업하나.
“파리의 그랑 팔레, 룩셈부르크 뮤지엄(스키라는 이들의 공식 화집 출판사다), 빈의 쿤스트히스토리 뮤지엄, 제네바의 보드머 아트 앤 히스토리 파운데이션, 빌바오의 구겐하임, 바르셀로나의 후앙 미로 파운데이션, 리스본의 굴벤키안 뮤지엄, 로테르담의 쿤스탈 뮤지엄, 캐나다 몬트리얼의 보-아트 뮤지엄, 뉴욕의 모마와 메트로폴리턴 뮤지엄, 워싱턴의 내셔널 갤러리 등이다.”

-스키라 아트북의 특징이라면.
“우리는 우리의 편집 스타일이 있다. 많은 이미지를 한 페이지에 넣기 보다는 두 페이지에 한 이미지가 실리더라도 그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디자인을 고집한다. 종이의 질과 커버도 신중히 고려하기 때문에 책의 프린트 상태와 퀄리티는 최고다.”

-전세계 배급은 어떻게 하고있나.
“북아메리카와 이탈리아에서는 이탈리아 최대 출판사인 리졸리(Rizzoli)가 맡는다. 나머지 전 세계로의 배급은 판매 대리업체인 탬스 앤드 허드슨(Thames & Hudson) 출판사가 담당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코리안 아이-컨템퍼러리 코리안 아트』에 대해 설명해 달라.
“이 아트북은 한국의 스타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한국의 스타 아티스트들은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에서 활동하는 유명 아티스트들로 그다지 많지도 않다. 책에서 소개된 75명의 아티스트들은 한국의 이지윤, 이대형 큐레이터와 로드맨 프리막(Roadman Primack), 장쑹쩡(Chang Tsong-Zung) 등 해외 미술평론가들이 심사숙고해 선정했다. 처음 시클리티라 회장이 자료를 가지고 스키라를 방문했을 때 나와 동료들은 한국 아티스트들의 창의력과 작품성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놀랐다. 정말 대단했다.

일단 작품 특징을 기준으로 아이덴티티·하이브리드 컬처·스테이지 판타지·랜드스케이프·플레잉 리얼리티라는 5개 카테고리에 나눠 편집했다. 책은 두 개의 버전으로 제작했다. 하나는 판매용, 다른 하나는 VIP를 위한 증정용이다. 증정용은 하드커버에 배준성 작가의 렌티큘러 이미지를 표지로 사용했다. 시클리티라 회장은 VIP용 책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미 증정했다.”

-한국어로도 제작되나.
“제안을 했었지만 한국어로는 제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코리안 아트를 전 세계에 알릴 목적으로 기획 제작된 것이기 때문에 굳이 한국어로 만들 이유가 없다. 하지만 탬스 앤드 허드슨을 통해 한국에서도 판매는 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에 리스크가 있다면.
“유일한 리스크라면 비평가들의 의견일 것이다. 과연 어떤 기준으로 이 책에 소개된 75명을 선정했는지, 한 부분에만 치우친 것은 아닌지, 상업적인 목적에서 선택한 것은 아닌지, 왜 유명한 작가들은 제외되었는지 등을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책을 보면 세계 어디에 소개해도 부족함이 없는 대단한 작품활동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선정되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신은 이 작품들이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물론 추상화들은 서양의 문화와 접목을 이룬 것들이라 이들 작품을 통해서 한국의 전통이나 문화를 읽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외의 많은 작품들, 특히 특별한 재료를 사용해 손으로 제작된 작품들은 정말 대담하고 혁신적이다. (그는 책을 펼쳐 지용호 작가의 작품을 가리키며) 이 작품을 봐라. 타이어를 사용해서 만든 이 기괴한 형상들이 얼마나 멋있는가!”

-한국 관련 책을 또 준비하는 게 있나.
“100명의 코리안 아티스트의 책을 내년에 출판할 예정이다. 여기 소개되는 아티스트들의 작품도 대단하다.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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