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다이와 '금지된 사랑'열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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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광선과 태평양의 훈훈한 대기가 악수하는 샌프란시스코 교외에 위치한 루커스 필름의 본거지인 스카이워커 랜치에서 만난 내털리 포트먼(21)은 아름다운 진주였다.

'스타워즈 에피소드2-클론의 습격'(다음달 3일 개봉) 홍보차 얼굴을 마주한 그는 각국 기자들의 이름을 묻는 등 자연스런 분위기를 유도했다.

'클론의 습격'은 조지 루커스 감독이 '스타 워즈' 시리즈 중 다섯번째로 내놓은 초대형 어드벤처 영화. 전작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험'(1999년)에서 10년이 흐른 시간이 배경이다.

전작에서 소년으로 나왔던 애너킨 스카이워커(헤이든 크리스텐슨)가 훌륭한 기사(제다이)로 성장하고, 악의 나락으로 추락하기 직전까지의 과정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웅대하게 재현했다.

전작에서 나부 행성의 여왕으로 나왔던 포트먼은 이번에 우주공화국에서 나부 행성을 대표하는 상원의원 파드메 아미달라로 변신한다. 우주 분리주의자에 맞서 공화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다가 암살 위협을 받는 캐릭터다. 전작의 위험과 권위를 유지하되, 연하의 젊은 기사 애너킨과 '금지된 사랑'에 빠진다.

실제로 만난 포트먼은 수수했다. 배우로선 작은 키에 화장기 없는 얼굴 등 겉만 보아서 전혀 스타 같은 인상을 주지 않았다. 열한살에 뤽 베송 감독의 '레옹'에 픽업돼 킬러 장 르노를 '갖고 놀았던' 소녀 마틸다로 스타덤에 오른 뒤 '히트''뷰티풀 걸즈''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등에 출연하며 실제 나이에 비해 조숙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던 그의 경력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얘기가 진행되자 경력 10년의 노련함이 느껴졌다. 신작에 대한 설명도 재치있다. "'스타워즈'의 '타이타닉'판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신화적 상상력이 가득한 SF영화지만 이번엔 아미달라와 애너킨의 로맨스가 중심이라는 것이다.

"저 자신은 전작 때보다 세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영화에선 10년의 세월이 흘렀어요. 그런 시간차를 표현하는 게 가장 큰 도전이었습니다. 감독도 제가 될수록 늙어보여야 한다고 강조했고요. 하지만 동년배인 크리스텐슨을 사랑하는 여인으로서 나이 들어 보이는 건 좋을 게 없고…. 전작의 강인한 이미지를 간직하는 한편 사랑에 빠진 여인의 섹시함을 동시에 연기해야 하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클론의 습격'은 장편 영화로는 처음으로 1백% 디지털로 제작된 영화다. 대형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것은 물론 그래픽·편집 등 기타 작업도 컴퓨터 작업으로 완료했다. 아무런 세트가 없는, 혹은 상대 배우조차 없는 공간에서 연기하고 이후 컴퓨터 그래픽으로 배경을 그려넣고, 상대 배우를 합성한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기묘한 경험이었습니다. 예전보다 블루 스크린(아무런 그림이 없는 파란색 배경-컴퓨터 합성 과정에서 지워진다)을 훨씬 많이 사용했어요. 눈앞에 없는 인물·사물을 향해 말을 걸고, 몸짓을 해야 하는 게 때론 웃음도 나왔어요. 그러나 연기면에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오직 상상력 하나로 해결해야 했거든요.'안네 프랑크의 일기'등 종종 출연했던 연극 무대와 정반대였습니다."

그의 칭찬과 달리 특수효과와 액션이 지나치게 부각된 까닭에 드라마가 부실한 것 같고, 미국 냄새가 물씬 풍긴다고 반문했다. 그는 "지나치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가벼운 오락영화, 무료함을 달래는 팝콘영화로 봐주세요. 그래도 전작보다 훨씬 얘기가 풍성한 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디지털 영화가 미래의 대안이 될 수 있겠느냐"라는 물음에 대해선 "디지털이란 거역하기 어려운 이 시대의 문화적 현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지는 대답이 '걸작'이었다. 이번에 겸양의 중요성을 배웠다는 것이다. "사실 저도 영화가 완성되기 전까진 어떤 작품이 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주연 배우이긴 하지만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고 할 수 있어요. 다른 영화에선 배우가 중심이지만 이번엔 수많은 스태프들이 주인공입니다."

포트먼은 현재 하버드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다. 프랑스어·히브리어·일본어에도 능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리학은 지금까지 주로 밖을 보고 살았던 그가 자기 안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그는 자평했다.

포트먼은 2005년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할 '에피소드3'의 주연도 예약한 상황. "아미달라와 애너킨이 결혼해 쌍둥이 남매를 낳고, 애너킨이 결국 악의 쪽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그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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