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매 금물… 3분기 반등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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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주식시장이 심상치 않다.

종합주가지수 750선 언저리에서 바닥을 치고 조만간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던 증시는 연일 고꾸라지더니 26일엔 폭락세를 보였다. 이날 장중 한때 700선이 무너지면서 투매현상마저 나타났다. 24일 이후 3일 만에 지수가 무려 76.66포인트(9.8%)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이제 대세상승이 물건너 간 것 아닌가"하는 비관론도 슬금슬금 고개를 들고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장세가 펼쳐지고 있어 투자자들은 방향을 잃고 헤매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본지는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긴급 장세 진단 좌담회를 26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대표적 투자전략가인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와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이 참석했다.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문=주가가 곤두박질하면서 대세상승에 대한 믿음이 깨지고 있다. 과연 주가지수 1,000선을 돌파하는 대세상승은 물 건너 간 것인가?

김영익=대세상승이 끝난 것은 아니다. 비록 최근 하락 폭은 컸지만 11월에 1,000선을 돌파할 것으로 본다. 아직도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여건)은 좋은 편이다. 비록 펀더멘털상의 문제는 없지만 외국인이 올들어 5개월 연속 순매도해 수급이 깨지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그러나 외국인도 8월 이후에는 순매수로 돌아설 것으로 믿는다.

김석중=대세상승을 더 이상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 3분기말이나 4분기 초에 주가가 반등해 연중 최고치인 940선을 회복할 수는 있겠지만, 1,000선 돌파는 두고볼 일이다.

문=미국 주가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가. 또 미국 경기는 언제쯤 회복될 것으로 보는지.

김석중=미국 증시에서 주목할 부분은 아직도 거품이 완전히 걷히지 않은 점이다. 비록 미국 경기가 올들어 점진적으로 회복하고 있지만, 대표적인 정보기술(IT)기업들의 주가를 떠받칠 수 있는 수준은 못된다. 따라서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큰 편이다.

더 큰 문제는 나스닥지수의 추가하락 폭보다는 하락기간이다. 1966~81년 초까지 미 다우지수는 2.9% 상승했다.

김영익=미국 경기가 더블딥(W자형의 이중 침체)에 빠질 우려 때문에 주가를 비관적으로 본다. 25일(현지시간) 미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9·11 테러사태 당시 수준으로 떨어졌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주가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특히 회계 조작으로 과거의 기업 실적도 불신 받는 마당에 애널리스트들이 내놓는 미래 실적은 더욱 믿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주가는 7월이 바닥이 될 가능성이 있다. 8월부터는 안정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본다. 나스닥지수 하락이 진정된다면 우리 증시는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 따라서 9~11월을 반등 시기로 본다.

문=우리 증시는 미국 증시와 따로 움직일 수 있는가?

김석중=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연기금의 주식투자 규모가 대폭 확대돼 우리 내부에서 주식수요가 늘어난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불가능하다. 우리의 주력 수출상품이 전기전자 제품이며 최대 수출시장이 미국인 이상 미국 경기와 무관하게 한국 증시가 움직일 수 없다.

김영익=미국 주가가 안정될 조짐만 보인다면 우리 주가는 크게 오를 수 있다. 지난 4월 중순까지는 미국 주가가 완만하게 떨어진 덕분에 종합주가지수가 940선까지 올랐다.

문=상승 모멘텀(요인)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김석중=3분기 말 미국 기업들의 PC 교체가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미국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든 것은 사실인만큼 이번 3분기에 PC를 대거 교체할 가능성이 있다. Y2K(컴퓨터 연도 인식오류)문제로 99년에 PC를 대규모로 교체한 만큼, 올 3분기에 교체 물량이 많을 수 있다. 미 기업들은 통상적으로 3년 주기로 PC를 교체하고 있다.

김영익=3분기 말 미 기업의 PC교체로 반도체 가격 상승을 모멘텀으로 꼽을 수 있다. 올해 초 반도체 가격 상승이 공급 업체의 물량 조절에 따른 것이었다면, 3분기 말 업무용 PC 교체는 수요에 따른 반도체 가격 상승을 야기할 것으로 본다.

문=개인투자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김석중=앞으로 2개월간은 어렵겠지만 지금 손절매하기에는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최근의 주가 폭락이 해외 요인과 심리적인 요인 탓인 만큼 주가지수 700선 밑에서는 저가매수할 만하다.

김영익=손절매는 금물이다. 여기서 많이 떨어져봐야 5% 안팎으로 본다. 미국 경기가 더블딥에 빠지더라도 주가는 추가로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주가가 경기를 미리 반영하는 만큼 더블딥에 대한 우려는 이미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기 때문이다. 신규 투자자라면 은행·전기전자주를 노릴 만하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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