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체력·브라질 개인기 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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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2년 만의 첫 만남.

유럽과 남미를 대표하는 두팀이지만 공교롭게도 브라질과 독일이 월드컵에서 맞대결을 벌인 적은 한번도 없다. 굳이 따지자면 통일 독일 이전인 1974년 서독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본선 2차 라운드에서 구 동독을 상대로 1-0으로 이긴 전력이 있을 뿐이다.

'조직력과 체력'의 독일과 '화려한 개인기'의 브라질은 각각 월드컵을 세번과 네번씩 거머쥔 전통의 강호. 나란히 지역 예선을 어렵사리 통과, '한물 간 게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선을 받기도 했으나 본선에서 경기를 치르면서 축구 최강국의 면모를 되찾으며 결승까지 올랐다.

두 국가의 대결은 양 대륙의 자존심까지 걸려 있어 결코 물러날 수 없는 일전이다.

▶2R와 고공 플레이

호나우두(Ronaldo)와 히바우두(Rivaldo)의 브라질 투톱은 이번 대회 최고의 앙상블이다. 각각 6골·5골씩 터뜨려 브라질이 올린 득점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두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은 다소 대조적이다. 히바우두가 현란한 개인기와 왼발 슛이 장기라면 호나우두는 파괴력 있는 돌파와 중앙으로 들어오는 센터링을 '끊어 먹는' 감각이 돋보인다.

독일이 기대하는 것은 '높이'의 승부다. 이번 대회에서 얻은 14골 중 8골을 헤딩슛으로 따낸 독일은 클로제(5골)를 축으로 한 역습이 승부수다. 투톱 클로제와 뇌빌이 1백m를 11초대로 뛰는 스피드를 갖췄다는 점도 독일의 무기다.

다만 브라질은 준결승전에 결장한 호다우디뉴가 결승전엔 뛸 수 있는 반면 독일은 플레이메이커 미하엘 발라크가 한국전의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다는 게 전력의 큰 공백이다.

▶오버래핑과 두터움

브라질의 좌우 윙백 호베르투 카를루스와 카푸의 공격력은 공격수를 능가한다. 브라질의 포메이션은 3-4-1-2.수세 때엔 루시우를 중심으로 한 스리백과 함께 수비를 서다 공격 전환시엔 빠르게 좌우 측면을 돌파한다.

공격에 지나치게 비중을 둬 측면 공간을 허용한다는 약점이 지적되기도 하나 가공할 공격력으로 이를 만회하곤 한다.

3-5-2의 포메이션을 쓰는 독일은 미드필드부터 조여드는 압박 축구로 브라질의 예봉을 차단하겠다는 전략. 수비형 미드필더인 디트마어 하만이 호나우디뉴를 전담 마크하고 스리백인 크리스토프 메첼더-토마스 링케-카르스텐 라멜로는 물론 좌우의 마르코 보데와 토르스텐 프링스도 수비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자랑거리는 '철벽 수문장' 올리버 칸. 여섯경기에서 단 한점만 내준 칸의 방어벽을 브라질의 화려한 공격력이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도 흥미롭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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