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나우두 "새 황제 출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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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골든 볼(최우수선수)과 골든 슈(득점왕) 2관왕을 노린다.

호나우두(26)를 '축구 황제'라고 불러도 원조 황제 펠레가 화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황제의 반열에 오르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다리를 다쳐 출장 여부조차 불투명했지만,그는 결장한 호나우디뉴의 공백까지 메워가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호나우두가 천금같은 결승골을 넣고 후반 교체돼 나가자 관중석에선 뜨거운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경기당 한골 이상씩 넣겠다던 약속은 잉글랜드전에서 깨졌지만, 호나우두는 이날 득점으로 여섯골을 기록, 득점선두에 올라섰고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부터 역대 득점왕이 여섯골에 그친 '마의 여섯골 징크스'도 깰 준비에 들어갔다. 프랑스 월드컵 네골에 이어 월드컵 통산 10골로 펠레(12골)에 이어 브라질 선수로는 두번째로 많은 골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머리 앞부분만을 남긴 채 삭발한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은 심기일전을 위한 자기 다짐이었다. 전반 22분 위협적인 슈팅으로 터키 골키퍼 뤼슈튀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호나우두는 전반 내내 부지런히 움직이며 동료들에게 날카로운 스루패스로 공격기회를 살려나갔다.

수많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상대 골키퍼의 선방으로 득점하지 못한 채 시작된 후반. 호나우두는 4분 만에 미드필드 왼쪽에서 수비수 세명 사이를 파고들면서 침착하게 오른발 슛을 날렸고, 볼은 골키퍼의 손끝을 스친 뒤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호나우두는 "오른쪽 발끝으로 찬 슛은 94년 미국대회에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호마리우가 쓴 축구교범에서 배운 것"이라며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소중한 골"이었다고 말했다.

호나우두는 승리가 결정된 환호의 순간 더욱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결승 진출이 확정된 순간 그의 머리 속엔 98년 프랑스 대회의 악몽이 떠올랐을 것이다. 당시 네골을 기록하며 브라질을 결승까지 끌어올렸지만, 정작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아야 했다.

오랜 부상에서 벗어나 재기에 성공한 호나우두는 30일 독일과의 결승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결승에서도 골을 넣으면 득점왕은 물론 프랑스 월드컵에 이어 최우수선수 2연패도 가능하다.

사이타마=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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