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상현동 "속탄다" 난개발 후유증… 대형아파트 30% '빈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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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기반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그렇게 많이 지어대더니…. 공급과잉 후유증이 현실로 나타난 느낌입니다."

25일 경기도 용인시 상현동에서 만난 부동산중개사무소 사장 김모(46)씨는 "수도권의 분양 열기에도 불구하고 상현동 일대 대형아파트 값은 난개발탓인지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현동 일대 아파트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입주가 시작됐으나 일부 60평형 이상 대형아파트 분양권값은 여전히 분양가를 밑돌고 전셋값도 바닥을 기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입주한 아파트의 경우 10가구당 2~4가구 꼴로 비어 있다.

상현동 일대 아파트 공급 물량은 1만5천여가구. 이 중 절반이 넘는 물량이 40평형 이상의 대형아파트다. 올해 입주물량만 해도 금호 베스트빌3차·두산위브·상떼빌5차·현대7차와 9차·현대성우5차 등 10여곳 8천여가구에 이른다.

일대 부동산 중개사무소에는 50평형대의 경우 분양가보다 1천만원, 60평형대는 2천만~3천만원 싼 분양권이 적지 않게 나와 있으나 거래는 뜸하다.

60평형대 전셋값은 1억1천~1억2천만원까지 떨어져 인근 수지택지개발 2지구 30~40평형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곳의 현대 7차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5월말로 입주기한이 지났는데도 입주 가구가 전체(5백28가구)의 60%선에 그치고 있다"며 "전세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려고 했던 사람들이 전셋값이 낮다 보니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달말 입주하는 인근의 성복동 벽산 첼시빌2차도 약세를 면치 못해 75평형 비로열층은 분양가보다 1천만원 이상 낮다.

계약금만 내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일부 투자자는 입주하지 않고 손해를 감수하며 계약을 해지하는 바람에 건설업체들이 재분양을 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3~5월 입주한 상현동 아이파크 6~7차 68평형과 이달 말 입주하는 상현동 9차 48평형을 특별분양 중이다.

현대측은 68평형의 경우 ▶분양가에서 2천만~5천만원을 할인해 주거나▶입주 때 분양가의 30%만 내면 나머지는 최장 24개월까지 무이자대출 조건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분양분 가운데 일부는 단기 시세차익을 겨냥하고 분양을 받았던 투자자들이 시세가 분양가보다 밑돌자 계약을 해지한 물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을 해지할 경우 중도금 대출이자·계약금 등 최고 8천만원까지 손해를 보게 되나 시장전망이 어둡자 '투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인근 부동산랜드 중개사무소 방근수 사장은 "상현동은 내년 상반기 입주가 마무리되지만 난개발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는 데다 인근지역 대형 아파트 입주물량도 많아 당분간 값이 크게 오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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