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코리아 열풍 대한항공機 호출 사인'붉은 악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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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중 하나인 붉은 악마의 명성이 유럽공항에서 울려퍼졌다.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이 열리기 직전인 지난 22일 오후 3시20분(한국시간), 대한항공 화물기가 덴마크의 코펜하겐공항 상공에 도착했을 때였다. 공항 관제탑이 대한항공 조종실에 뜻밖의 호출사인을 보냈다.

"KE511 레드데블(Red Devil), KE511 레드데블."

관제탑이 정상 사인(KE511)에 '붉은 악마'를 덧붙여 대한항공기를 호출한 것이다. 더구나 관제탑은 예정보다 20분 앞당겨 최우선으로 착륙을 허가하는 친절을 베풀었다. 스칸디나비아항공 등 다른 유럽항공사의 장거리 여객기가 기다리는 상황에서 한국의 화물기에 일종의 특혜를 준 셈이다. 대한항공 화물기가 이륙할 때도 코펜하겐공항은 우리 조종사들이 승부차기 결과를 볼 수 있도록 이륙시간을 조금 늦춰주는 등 끝까지 배려했다.

당시 화물기를 조종했던 대한항공 박관수(60)기장은 "머나먼 유럽 상공에서 '붉은 악마'라는 호출을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며 "대표팀은 물론 경기장과 거리에서 응원을 벌인 국민 모두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우리팀이 선전하자 축구를 사랑하는 덴마크측이 한국 국적기에 친절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994년 미국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덴마크가 스페인에 패해 본선에 오르지 못한 적도 있어 우리팀을 응원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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