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보증금 부담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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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0면

다음달부터 법원경매제도가 확 바뀐다. 법원 경매 관련 조항을 담은 새 민사집행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브로커 등이 경매물건을 놓고 농간을 부리지 못하도록 경매절차가 투명해지고, 항고할 때 공탁금을 걸도록 해 경매지연 등을 노린 악의적인 항고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바뀌는 경매 제도와 대처 방안을 짚어본다.

◇무분별한 항고 줄어든다=모든 이해관계인은 항고할 때 낙찰대금의 10%를 공탁금으로 걸어야 한다.경매 물건의 채권자나 임차인 모두 마찬가지다.항고가 기각되면 이 돈은 배당금에 편입된다.

이로써 경매를 지연시키기 위해 일부러 항고하는 사례가 줄어 경매기일이 지금보다 6개월 이상 짧아질 것 같다. 낙찰허가결정 전까지 할 수 있었던 배당요구 신청과 철회 시한도 첫 경매일 이전까지로 앞당겨진다.

◇입찰보증금 부담 줄어들어=그간 경매 참여자는 응찰가의 10%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법원에 내야 했다. 7월부터는 법원이 정한 최저 매각가의 10%만 내면 된다.

예컨대 지금은 최저매각가격이 2억원인 아파트를 2억4천만원에 사려면 2천4백만원을 보증금으로 내야 하지만 7월부터는 2천만원만 내면 된다. 개인별 응찰가에 관계 없이 누구나 똑같이 보증금을 내는 것이다.

보증금을 현금이나 수표가 아닌 은행이 보증한 지급보증위탁계약서로 내도 된다.

◇값 떨어뜨리는 행위 막는다=민사집행법은 '가격감소행위'를 단속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채무자나 부동산 점유자가 경매에 나온 물건의 값어치를 떨어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낙찰자는 법원의 부동산 매수허가 결정이 나기 전에는 부동산 점유자들이 건물 시설물을 망가뜨리는 등 농간을 부려 안심할 수 없었다.그러나 다음달부터는 낙찰자나 채권자가 신청하면 법원이 매각허가결정 전이라도 가격감소행위를 금지할 수 있다.

◇호가경매제도 정비=경매 당일 경매 참여자들이 집행관 앞에서 값을 서로 불러가며 최고가 낙찰자를 결정하는 방식이 다시 시행된다. 1991년까지 이런 방식의 경매가 진행됐지만 브로커 양산 등 부작용이 있어 시행을 중단했었다.

이 방식을 통하면 경매 진행이 빨라진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호가 경매를 이용하면 낙찰자 결정시간이 줄어들 것"이라며 "자동차 등 동산 경매에 우선 적용한 뒤 향후 부동산에도 적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간입찰제 도입,시행은 내년 이후=기간입찰제는 도입됐으나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간입찰제는 법원이 집행규칙에서 정한 기간(1주일~1개월)에 직접 또는 우편으로 참여하는 경매 진행방식이다. 지금은 당일 입찰하고 개찰하는 기일입찰제다.

법원행정처는 당초 7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키로 했으나 우편으로 접수되는 과정에서 경쟁률이 새 나가거나 은행 지급보증 규모가 유출되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보완책을 마련한 뒤 시행키로 했다.

◇하루 두 번 입찰제 명문화 삭제=경매 물건을 하루에 두 번 입찰에 부치는 방식을 명문화하려던 내용은 빠졌다. 그러나 일선법원 판단에 따라 시행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현행 규정을 유지했다. 일일 2회 입찰제는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빨라지고 채무자는 이자부담과 경매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완전도입을 추진했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신건 입찰 때 눈치 작전만 극심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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