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저밀도지구 재건축 다음 순위는 언제 시-구, 2순위 결정 시기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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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개포지구 용적률이 당초 예상과 달리 2백%로 제한돼 개발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높은 용적률로 재건축이 이미 결정된 강남·잠실 등 저밀도지구 재건축을 놓고 서울시와 해당 구청이 2순위 단지 착공 시기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저층 아파트가 빼곡이 들어선 5대 저밀도지구 가운데 처음으로 재건축이 확정된 강남 도곡1차 단지의 이주가 전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구청측은 시에 2순위 단지 착공 시기를 조속히 결정하도록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시는 "1순위 단지 이주가 완료되지 않았다"면서 "차기 시장의 시정 운영 방침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좀 더 두고보자는 입장이다.

◇전세시장 동향=지난 2월부터 시작된 강남구 도곡1차 단지의 이주율은 현재 96%를 넘어섰다. 강남구 관계자는 "주택시장은 이미 하향 안정세로 돌아섰다"며 "도곡동과 역삼동 일대의 전셋값도 별다른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이주에 따른 주택시장 영향이 미미한데도 계속 저밀도 지구의 발목만 붙들고 있으면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잠실 저밀도지구 5개 단지 가운데 재건축 1순위로 결정된 주공 4단지 주변도 사정은 비슷하다. 송파구 관계자는 "잠실 일대의 다가구·다세대 주택이 전세 수요를 흡수하고 있어 우려했던 전셋값 파동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오는 11월 주공 4단지의 이주가 완료되기 전에 2순위 단지를 선정할 방침이다.

주변 부동산업체들도 "강남과 잠실 일대의 전셋값은 3월부터 내림세를 보였으며 최근에는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자치구 상반된 입장=다음달부터 새 임기를 시작하는 해당 구청장들은 주민들의 요구가 빗발치는 2순위 단지를 하루 빨리 착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세 시장이 조용한데 공사를 늦출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세시장을 바라보는 시의 해석은 상반된다. 시 주택국 관계자는 "지금은 주택시장 자체가 비수기"라며 "정확한 전셋값 변동 추이를 확인하려면 성수기인 여름을 지나야 한다"고 반박했다.

잠실의 경우 5월부터 시작된 이주율이 현재 1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녀들이 방학을 맞는 7~8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이주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 집주인 거주 비율이 60%나 되는 주공4단지는 송파구 내로 이사하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전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강남과 잠실은 같은 생활권이라 전세시장을 따로 떼놓고 볼 수 없다"며 "2순위 단지의 착공시기는 파급력이 엄청난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시 시기조정위원회는 전·월세 가격 동향과 착공 시기별 시장 충격 등에 대한 서울시립대의 용역결과를 통보받고 전세시장 영향에 대한 기준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개포 택지개발지구에 대한 용적률이 2백%로 확정된데 이어 이명박 시장 당선자가 "원칙적으로 시의 기존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밝혀 주민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개포지구 재건축조합측은 22일 주민 1천여명이 참가해 용적률 2백50% 적용을 요구하는 규탄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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