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제2부 薔薇戰爭제4장 捲土重來:새도 나무를 가려 앉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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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그러자 정명부인이 받아 말하였다.

"하오나 나으리. 공자께오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지 않으셨나이까. '썩은 나무로는 조각할 수 없고, 거름흙으로는 담장을 손질할 수 없다.' 나으리, 지금 나라는 어지러워 썩은 나무와 같고, 세상은 혼탁하여 거름흙으로 쌓은 담장과도 같습니다. 나으리께오서 아무리 신하된 도리로서 세상을 바로잡으려 하신다 하더라도 이 썩은 나무와 같은 나라로서는 조각을 할 수 없으시옵고, 이 거름흙과 같은 더러운 세상에서는 새로 담장을 쌓을 수 없는 것이나이다."

정명부인이 말하였던 내용 역시 『논어』의 공야장(公冶長)편에 나오는 말로 그 유래는 다음과 같다.

공자는 학문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성실하였다. 따라서 제자들에게도 늘 성실히 학문할 것을 강조하곤 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재여(宰予)라는 제자가 낮잠을 자는 것을 보았다. 이에 공자는 불같이 화를 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고 전해오고 있다.

"썩은 나무는 조각할 수 없고,거름흙으로 쌓은 담장은 손질할 수가 없다(朽木不可雕也 糞土之墻)."

그리고나서 공자는 『논어』 전편을 통해 가장 준엄하게 꾸짖고 있는 것이다.

"저런 재여에게 도대체 무엇을 꾸짖을 수가 있겠는가."

낮잠 정도를 잔 제자를 너무 심하게 몰아세우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볼 수도 있겠으나 게으르고 불성실한 제자 재여를 꾸짖을 필요조차 없다고 꾸짖음으로써 공자는 불성실과 나태를 경책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또한 나으리."

정명부인은 남편 김흔의 머리 위에 검은 복두를 얹어주면서 조심스레 말하였다.

"일찍이 공자께오서는 '현명한 새는 좋은 나무를 가려 둥지를 친다'라고 말씀하셨나이다."

양금택목(禽擇木).

정명부인이 말하였던 '현명한 새는 좋은 나무를 가려 둥지를 친다'는 말은 춘추시대 때 공자가 위나라에 갔을 때 비롯된다. 어느날 공문자(孔文子)가 전쟁에 대해 상의해오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제사 지내는 일에 대해서는 배우는 일이 있었습니다만 전쟁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그 자리를 물러나온 공자가 제자들에게 서둘러 위나라를 떠날 채비를 하라고 일렀다.제자들이 그 까닭을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던 것이다.

"현명한 새는 좋은 나무를 가려 둥지를 친다고 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좋은 신하가 되려면 마땅히 현명한 군주를 가려서 섬겨야 하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일에 쓰이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그 자리가 자기의 재능을 키울만한 훌륭한 둥지인가를 헤아려 보아야 한다는 공자의 말을 통해 정명부인은 넌지시 남편의 의중을 물어온 것이었다.

"그러므로 나으리, 부디 현명하게 헤아려 처신하옵소서. 나으리는 문장을 하는 학자이지 전쟁에 대해서는 배운 일이 없는 공자와 같나이다. 또한 나라는 어지러워 썩은 나무와 같고, 세상은 혼탁하여 더럽고 냄새나는 거름흙으로 만든 담장과도 같사옵나이다. 나으리가 아무리 둥지를 틀려하신다 하더라도 그 나무는 이미 살아있는 나무가 아니옵고, 바람이 잦아 자칫하면 나뭇가지가 부러질지도 모르나이다."

정명부인은 조심스럽게 말하였다. 과연 그 남편의 그 아내였다.끝까지 아내의 말을 들은 남편 김흔은 이렇게 말하였다.

"부인의 말은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새가 된 신하의 도리로서 어찌 그 나무가 튼튼한 나무인지, 바람 잦은 나무인지 그것을 따지겠소이까. 비록 나라가 썩은 나무처럼 어지럽고, 세상이 거름흙처럼 혼탁하다 할지라도 신하 된 도리로서 어쩔 수 없이 견위수명(見危授命)하여야 할 것이 아니겠소이까."

견위수명.

이 역시 『논어』에 나오는 말로 '나라가 어지러우면 제 몸을 나라에 바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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