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측 "盧風 끝났다" 盧측 "곧 다시 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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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치권은 중앙일보가 17일 보도한 여론조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한나라당 이회창(會昌)·민주당 노무현(武鉉)대통령후보의 지지율에 시선이 모아졌다. 민주당은 후보의 우세가 3개월 만에 역전된 것으로 나타나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노풍(風)은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한나라당은 "드디어 원상 회복했다"며 기뻐했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노풍은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며 "앞으로 지지도 격차는 노풍 이전 상태로 갈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회창 후보는 서울 옥인동 자택에서 보도 내용을 보고받곤 "허허" 웃었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구체적인 내용에도 고무된 표정이다. 40대 이상 유권자층뿐만 아니라 그간 열세였던 30대층에서도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종구(鍾九)후보특보는 "30대의 변화에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후보의 지지도가 한 차례 바닥을 친 뒤 올라간 것이고, 국민이 후보를 후보와 비교해 내린 결과"라며 "후보에 대한 비교 우위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나라당은 이런 추세를 가속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南대변인은 "앞으로 인사는 개혁적으로, 정책은 구체적이며 비전을 제시하는 쪽으로,당의 외연도 소리나지 않게 넓히는 쪽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현재 지지도 차이엔 분명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압승으로 인한 쏠림, 즉 거품이 있다. 이를 실제 지지도로 연결하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풍 꺼졌다""다시 살아날 수 있다"

민주당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해석이 엇갈렸다.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비주류 측은 지지율 하락을 재신임 문제와 연결지으려 했다. 당장 "노풍은 가라앉았다. '묻지마 지지'의 거품이 꺼진 것"(趙在煥의원), "노풍이 미풍으로 바뀌고 있다"(元裕哲의원)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수 의원은 후보 개인의 잘못보다 DJ 아들들의 비리 문제 같은 외부적 여건에 1차적 요인이 있다는 쪽이었다. "지방선거 참패와 같은 선상에서 봐야 한다"거나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지만 이들 역시 다소 초조한 얼굴이었다. 후보의 지지율이 유지될 경우 대선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지방선거 패배를 수습할 수 있으나 지지율이 떨어지면 당의 동요가 확산될 것이란 판단 때문인 것 같았다.

후보 진영 일각에선 "5% 정도 지지율이 빠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렇게까지 격차가 크게 나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후보 자신은 기자간담회에서 "지지율은 빠질 때도,오를 때도 있는 것"이라고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 애썼다. 천정배(千正培) 후보정무특보는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후유증이 반영된 것일 뿐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론조사의 구체적 내용과 관련해선 후보를 지지하던 '386세대' 등 30대 유권자층에서 후보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난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정민·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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