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업씨 둘러싼 세가지 의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검찰은 17일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에게 19일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홍업씨의 변호인은 부정한 돈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계속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고, 검찰은 홍업씨가 피내사자 신분이라고 밝혀 아직 처리 방향이 불투명한 상태다. 그러나 검찰이 그동안 "현직 대통령 아들을 뚜렷한 혐의나 증거없이 부르겠느냐"고 여러 차례 밝힌 점으로 미뤄 홍업씨 소환은 사법처리를 위한 마무리 수순으로 보인다.

홍업씨를 둘러싼 비리 의혹은 당초 특별검사팀에 의해 제기됐다. 이용호 게이트 특검팀이 아태재단 전 상임이사 이수동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10억원대 규모의 검은 돈 거래 계좌를 찾아내 3월 하순 검찰로 넘겼으니 거의 석달이 걸린 셈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홍업씨 관련 비리나 의혹은 크게 세가지다. 우선 김성환·이거성·유진걸씨 등 핵심 측근 인물들에게서 금품을 수수한 부분이다. 이들은 학교 동창으로 홍업씨와 절친하게 어울려 왔으며 모두 이권 개입·청탁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金씨 9억2천만원, 씨 17억원, 씨 10억원 등 이들이 받은 36억2천만원 가운데 얼마가 홍업씨에게 전달됐느냐가 초점이다. 이들이 평소 홍업씨와의 관계를 과시하고 다닌 데다 금액이 크고 청탁도 대부분 권력 작용이 요구되는 내용들이어서 상당액이 홍업씨에게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돈 세탁 부분도 의혹 투성이다. 드러난 돈세탁 규모는 아태재단 직원을 동원한 16억원과 김성환씨 등을 통한 12억원 등 모두 28억원이다. 거액을 차명계좌에 숨겨 운용한 자체도 위법이지만 무엇보다 자금 출처나 조성 경위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홍업씨 측은 1997년 대선 전 개인이 모은 재산으로 전혀 부정한 돈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럴수록 명백한 진상 규명이 우선이다.

잠적한 아태재단 전 행정실장 김병호씨의 메모 의혹도 밝혀야 한다. 그 중 '국정원 5억쯤? 1억짜리도'라고 적힌 부분은 의문의 핵심이다. 金씨가 횡설수설하는 데다 계좌 추적 결과 수억원대의 국가정보원 자금이 홍업씨 측에 흘러든 정황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돼 의혹이 증폭된 상태다.

한달 사이 대통령 두 아들이 비리 연루 혐의로 잇따라 검찰에 불려나오는 모습은 국가적 불행이고 수치다. 5년 전 김현철씨 구속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친인척 관리를 강조했으나 모두 구호에 불과했음이 드러난 셈이다. 언제까지 이같은 후진국형 권력 비리가 계속돼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로 다시는 친인척 비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6·13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의도 결국 대통령 아들 비리를 엄중하게 다스리라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홍업씨 수사를 둘러싼 검찰의 좌고우면은 더 이상 불필요하다. 홍걸씨 구속도 홍업씨 신병 처리의 정상 참작 사유가 될 수 없다. 검찰이 오직 실체적 진실을 밝혀 법에 따라 처리하는 일만 남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