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언론재단 이사장 거부는 억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언론재단 새 이사장 선임 파문이 가라앉을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파문의 진원은 정부다. 언론재단 이사회가 새 이사장 선임에 대한 임명제청 요청을 정식으로 접수하기도 전에 문화부 담당 국.과장은 물론 문화부 장관까지 나서 며칠째 선임이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

보도된 대로라면 새 이사장 선임과 관련한 이사회의 의사결정과정에서 법적 하자를 찾을 수 없다. 문제가 된 '연임'에 대한 해석도 정관상 연임 불가 또는 연임 제한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은 경우 연임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적법하게 뽑힌 새 이사장을 두고 미리부터 임명거부를 심각하게 고민한다든지, 감사결과를 은근히 들먹이며 사퇴를 종용한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심지어 정부광고나 지역신문기금 지원 등을 중단하는 재정압박책까지 운위되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동채 문화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새 이사장직을 둘러싸고 박기정 이사장과 경합을 벌였던 서동구 전 KBS사장을 천거했음을 밝혔다. 정부가 왜 '박기정은 불가'하고 '서씨는 합당'한가를 밝혀야 한다. 정부가 꼭 서씨가 그 자리에 필요한 사람이었다면 미리미리 이사회를 설득했어야 했다. 이사회 절차에 하자가 없는 사안을 뒤에서 압력을 가하는 등 무리한 방법을 동원하여 뒤집으려 하면 정부도 욕을 먹고 서씨 개인도 피해를 본다. 이런 무리수를 두니 '코드 인사'를 임명해 이른바 언론개혁을 밀어붙여 집권 후반기의 여론을 쥐락펴락 하겠다는 속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이다.

언론재단이사장은 이사회가 임명제청을 하면 문화부 장관이 임명하는 자리다. 제청권과 임명권을 따로 떼어 규정하고 있는 법 정신에 따라 문화부가 이사회의 제청을 거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제청하기도 전에 전방위적으로 사퇴를 강요하는 것은 법정신에 위배될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기도 하다. 임명하기 싫거든 명백한 이유를 내세워 당당하게 승인을 거절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