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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늘어 즐거운 대우 옥포조선소 르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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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 10일 오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앞 바다. 승객 1천5백명이 탈 수 있는 3만t 규모의 여객선 '블루스타 낙소스'호 안에선 이 회사 직원 30~40명이 청소 등 마무리 작업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2002 한·일월드컵 열기로 들떠 있는 '바깥세계'와는 달랐다.

강경서 생산관리실 과장은 "11개월간의 건조 작업을 마치고 아테네로 떠날 낙소스호를 최종 점검 중"이라며 "일감이 많아 월드컵은 한국팀 경기가 있을 때만 시간을 내 구내식당에 설치된 TV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가 최근 한국과 조선업계 보조금 문제를 타결하지 못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조선업체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액화천연가스(LNG)선·여객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잇따라 수주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9·11테러의 여파로 1분기에는 수주가 21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가량 줄었으나 2분기 들어서는 4억~5억달러 규모의 대형 수주에 잇따라 성공하며 1분기보다 세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심규상 전무는 "EU 등의 압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물량 확보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수주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올 수주 목표액(32억달러)의 63%인 20억달러를 이미 달성했다"고 말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LNG선의 경우 대우조선해양이 2000년 6척, 2001년 10척, 2002년 6월 현재 5척을 수주해 전세계적으로 발주된 물량(50여척)의 35~40%를 차지하며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멤브레인형 LNG선(LNG를 극저온으로 얼려 운반하는, 냉동고가 원형인 모스형과 달리 칸막이형인 배)은 전세계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박동혁 이사는 "경쟁업체보다 늦은 99년에 LNG선을 처음 건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유는 발빠른 투자와 영업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LNG선 분야에 지난해 4백억원, 올해 4백70억원을 투자해 3척에 불과한 LNG선 생산 능력을 8~9척으로 확충할 예정이다.

다른 조선업체의 수주도 2분기 들어 활기를 띠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1분기에 살물선(벌커)4척과 유조선 2척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4월 들어 2천5백50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컨테이너선 10척(옵션분 5척 포함)을 한꺼번에 수주한데 이어 지난달엔 7만5천t급 정유제품 운반선 12척(옵션분 5척 포함)을 수주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들어 옵션분을 제외하고 22척, 9억달러 규모의 수주를 했으며 수주 잔량은 1백10여척, 65억달러에 달해 앞으로 2년 6개월 이상의 작업물량을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에 1척만 수주했으나 2분기엔 무려 16척을 수주하는데 성공, 올 수주실적이 17척(8억1천6백만달러)에 달했다.

또한 10일 4천8백TEU급 컨테이너선 4척을 1천8백만달러에 수주한 한진중공업은 올 수주 목표액을 지난해보다 2억달러 많은 7억달러로 늘려잡았으며 STX조선은 최근 잇따른 수주로 5월 현재 19척(5억5천만달러)의 실적을 올려 올 수주목표(24척·7억달러)의 79%(액수기준)를 달성한 상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2분기 들어 수주실적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면서"유력 선사들이 몰려 있는 유럽 지역 집중공략을 통해 요즘같은 수주호조가 이어진다면 지난해 일본에 빼앗긴 수주 1위 자리를 올해 되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거제=김창규 기자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옥포조선소의 한 도크에서 LNG선 건조작업을 하고 있다. 배 한척을 건조하는 데 보통 3~60㎜ 두께의 철판조각 9만5천여개가 필요하다.

[대우조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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