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패 민주 들끓는 책임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민주당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후보의 재신임 문제와 한화갑(韓和甲)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인책론이 얽히고 있다. 盧-韓체제에 균열이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중진의원들은 당과 정부·청와대의 공동책임론을 제기했다.

14일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는 통렬한 자성과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비공개 회의를 마치고 나온 참석자는 "참담했다"고 회의분위기를 전했다.

회의에서 김원길(金元吉)사무총장은 "전당대회를 열어 (후보)재신임을 받고 그 열기를 몰아가야 한다. 나는 사표를 제출했다. 후보·대표 책임론이 나오는데 재신임 문제를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후 "사무총장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모두 책임져야 한다"(安東善의원), "나도 선거를 치른 입장에서 책임을 통감한다"(李協최고위원)는 발언이 이어졌다.

추미애(秋美愛)최고위원은 "당 지도부를 포함해 총사퇴하자. 당무를 맡을 특별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김상현(金相賢)고문은 "다 모여서 얘기를 해야 한다. 한 둘이 책임질 일이 아니다"고 했다.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은 "이 정도 수준으로는 안된다. 찻잔 속 변화라면 국민은 실망할 것"이라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조순형(趙舜衡)의원은 "지난 4월 27일 지도부가 구성된 뒤 청와대에 갔을 때 (게이트)얘기를 했어야 한다. 덕담만 나누다가 시기를 놓쳤다. 결국 민심 이반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趙의원은 盧후보가 회의 초반 자리를 뜨자 "이렇게 중차대한 시기에 후보가 자리를 뜨느냐"고 지적했다.

안동선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후보든 대표든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며 "재신임을 묻는 사람은 직을 내놓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책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당과 정부·청와대의 공동 책임론이 제기됐다. "당원만이 아닌 정부도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이기 위해 이한동(李漢東)총리도 입장을 밝혀야 한다"(A최고위원),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취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B최고위원)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진의원 두명은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씨를 거명하며 "선거 전에 구속했어야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보다 중부권 출신 의원들의 동요는 더욱 심했다. "완전한 민심 이반이다. 근본대책이 서지 않으면 당이 유지되지 않을 것"(元裕哲의원·평택갑), "당은 모라토리엄으로 치닫고 있다. 외부인사 영입 등을 통한 제2 창당 형태의 당 쇄신을 신속히 해야 한다"(姜成求의원·오산-화성), "모든 사람이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朴炳錫의원·대전 서갑)는 주장이 쏟아졌다.

송훈석(宋勳錫·강원 속초-고성)의원은 "이런 상태로는 대선을 못 치른다"며 "당내의 제2 창당은 의미가 없다. 한나라당 외의 모든 세력을 한데 묶어 새로 창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채·천정배·신기남·김근태 의원 등 쇄신파 20여명은 이날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모임을 열었다.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이들 쇄신파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 및 청와대와 당의 확실한 단절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6·13 지방선거의 후폭풍이 민주당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송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