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팬들 "고맙다, 한국 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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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의 응원 덕분에 16강에 진출했다."

터키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한국·터키 친선협회''터키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1천여명의 한국인과 수백명 터키팬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6·25 참전에 대한 보은(報恩)의 계기로 생각한 국내의 터키 응원 열기에도 불구하고 터키인들은 브라질전에서 김영주 주심의 가혹한 판정에 대해 "한국인 한명이 7천만 터키인을 울렸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순간만은 앙금을 말끔히 털어내듯 한국과 터키 응원단은 한 덩어리가 돼 얼싸안고 기뻐했다. 현지에서 응원을 온 수크르는 "열심히 터키를 응원해준 한국 국민이 너무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1999년 터키 대지진 때 2백억원의 성금을 전달한 '한국·터키 친선협회' 회원들은 이날 터키 국기가 그려진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터키가 골을 넣을 때마다 터키 응원단보다 더 극성스럽게 환호성을 보냈다.

친선협회 이호순(60)씨는 "터키는 한국전쟁에 참전해 고귀한 희생정신을 보여준 고마운 나라이지만 참전 16개국 중 한국 대통령이 아직까지 한번도 방문하지 않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터키가 2라운드에서도 선전해줄 것을 기원했다.

터키 현지도 대역전 드라마에 열광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국영 TRT-TV를 통해 중계방송을 보던 터키 국민은 해설자가 "같은 조 브라질이 코스타리카를 5-2로 꺾었다"고 말하자 "브라질은 한때 원수였지만 이젠 우리의 형제"라며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자국팀이 48년 만에 출전한 월드컵 본선에서 16강까지 진출하게 되자 터키 수도 앙카라의 거리는 국기를 들고 나온 시민들로 가득 찼다.

앙카라 시내 샌드위치 가게 주인인 나키 오르키는 "월드컵 16강 진출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라며 "2백만명의 실업, 경제 위기 따위를 말끔히 잊게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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