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전국정당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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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노동당은 울산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기대를 모았던 송철호(宋哲鎬)후보가 끝내 한나라당의 두꺼운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민노당은 두가지의 큰 기쁨을 누리고 있다. 한가지는 '민노당' 간판을 단 기초단체장을 배출한 것이다. 울산 동구에서 이갑용(甲用)후보가 앞섰기 때문이다. 후보가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을 지냈으며 중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진짜 노동자'출신이다.

또 한가지는 광역의회 비례대표선거에서 전국 득표율이 2% 이상을 얻어 원내 의석을 갖지 않은 군소 정당 중 처음으로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이 된 것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전국 2% 이상 득표한 정당에 대해 국고보조금의 2%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선관위는 이틀 뒤인 15일이 분기별 국고보조금 지급일이라 벌써부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민노당은 대략 분기별로 1억3천만원쯤 받는다고 한다. 대선 때도 선거보조금 5억원쯤을 받는다. 그간 당원 2만여명이 내는 당비(매달 1억8천만원쯤)로만 운영해온 민노당으로선 엄청난 재원이다.

민노당 관계자는 "우린 대전·충남·충북을 제외하곤 모든 곳에서 자민련보다 정당지지도가 앞선다. 전남·북에선 우리가 한나라당을 제친 2위"라며 "이제 군소정당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제3당"이라고 자랑스럽게 목소리를 높였다.

민노당은 이번 선거에서 광역단체장 6명 등 모두 2백18명을 출마시켰었다. 하여간 민노당의 두가지 기쁨 모두 한국 진보정당사에선 유례가 없는 일이다.

사실 1961년 5·16 이래 진보정당의 명맥은 미약했다. 60년대 이후 80년대 중반 통일사회당·사회당 이후 민중의 당(88년)·민중당(90년) 등도 이름만 남아 있을 뿐이다.물론 아픔도 있었다. 16대 총선을 앞두고 2000년 1월 창당됐으나 전국 득표율이 5%를 넘지 않고, 당선자도 못내 강제해산됐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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