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밤을 새며(?) 응원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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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이번 남아공 월드컵은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오후 11시 아니면 새벽 3시30분에 경기가 중계됐다. 그런 까닭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이튿날 직장에서 졸음을 참느라 고생한 축구광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밤샘과 관련해 틀리기 쉬운 단어들을 알아보자.

ㄱ. 내 동생은 늘 놀다가 시험이 임박해서야 밤을 샌다.

ㄴ. 그는 툭하면 화투판에서 밤을 지새는 난봉꾼이었다.

ㄷ. 밤이 새도록 책을 읽다가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

ㄹ. 그렇게 춥고 무서웠던 긴 밤이 이제 지새고 있었다.

‘새다’와 ‘새우다’는 뜻이 다르다. ‘새다’는 ‘날이 밝아오다’란 뜻이며 자동사다. 그래서 ‘밤이 새다’ ‘날이 새다’처럼 쓴다. ‘새우다’는 ‘한숨도 자지 않고 밤을 지내다’란 뜻의 타동사다. 그래서 ‘밤을 새우다’처럼 목적어가 필요하다. ‘지새다’ ‘지새우다’도 마찬가지로 ‘지새다’는 ‘달빛이 사라지며 밤이 새다’란 뜻의 자동사, ‘지새우다’는 타동사다. 따라서 ㄱ은 ‘밤을 새운다’로, ㄴ은 ‘밤을 지새우는’으로 해야 바르다. ㄷ과 ㄹ은 바르게 쓴 사례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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