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방학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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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박정현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주제에 맞춰 박물관 가고 체험학습하고

초등 5학년 김정은양은 ‘시조’를 테마로 지난 방학을 보냈다. 방지원씨와 여름방학 테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최명헌 기자]

김정은(안산 성포초 5)양은 방학마다 책 한 권씩을 만들었다. 3학년 겨울방학에는 직지심체요절(고려 공민왕 21년에 백운화상(白雲和尙)이 석가모니의 직지인심견성성불의 뜻을 중요한 대목만 뽑아 해설한 책)을 주제로 책을 완성했다. 4학년 여름방학에는 세종대왕, 지난 겨울방학에는 시조 책을 꾸몄다. 주제는 읽었던 책에서 고른다. 주제에 따라 관련 박물관이나 전시회 등을 관람하고, 체험학습을 했다. 도서관과 인터넷, 신문에서 자료를 구했다. ‘테마가 있는 일기’도 함께 진행했다. 이렇게 방학을 보내고 나면 세종대왕 박사, 시조 박사 부럽지 않다.

1학년 겨울방학에 시작한 조선왕조사 카드 만들기는 학기 중까지 이어져 고구려·백제·발해·신라 등의 역사카드를 완성시켰다. 엄마 방지원(40·경기도 안산시)씨는 “여유가 있는 방학 동안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수 있어 깊이 있는 탐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양은 “할 때는 힘이 들지만 완성된 것을 보면 뿌듯하다”며 “좋은 자료집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평소 관심 있는 것으로 테마 정해

우선 방학 동안 ‘몰입’할 테마를 정한다. 자녀에게 보충해야 할 부분을 찾아 주제로 정할 수 있다. 특별히 관심을 보이는 분야에 도전하는 것도 좋다. 생태체험·역사기행·단편영화 만들기·직업체험·자원봉사 등 테마 방학으로 딸 박솔잎(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4)씨를 키운 ‘솔빛엄마’ 이남수(부모교육 전문가)씨는 “초등학생 때는 관심 분야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으로 자신의 적성이나 진로를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저학년이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반복적인 일을 테마로 정하면 좋다. 예컨대 달을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거나 동식물 기르기, 운동하기 등이다. 저학년은 활동적인 주제에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고학년은 교과서 속 여행지 등을 테마로 삼아 사고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남미숙(서울 동의초) 교감은 “초등학교 열두 번의 방학을 하나로 보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고 제안했다. 1~2학년에는 다양한 경험을 맛보게 한다. 1학년 여름방학에 미술을 테마로, 겨울방학에는 음악, 2학년 여름방학에는 연극, 겨울방학에는 운동을 테마로 한다. 3~4학년 때는 저학년 때 했던 테마 중 학생이 특별히 관심을 가졌던 분야의 심화된 경험을 한다. 고학년이 되면 1~4학년까지의 경험을 종합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자신만의 책으로 테마 방학 마무리

테마가 정해지면 그에 맞춰 방학 한 달 동안의 활동 계획을 세운다. 예컨대 연극을 테마로 정했다면 방학 동안 볼 연극을 인터넷 등에서 찾아 연극 관람 달력을 만든다. 남 교감은 “저학년은 부모가 일정 짜는 방법, 자료 검색하기, 자료 선정하는 방법 등을 도와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연 준비를 하는 배우들을 만나거나 짧은 이야기를 연극 대본으로 만들어 가족끼리 연극을 해볼 수도 있다.

방학을 마무리할 때는 그동안의 활동과 자료를 종합해 정리한다. 연극 달력부터 연극을 보고 느낀 점, 에피소드 등을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만든다. 남 교감은 “‘테마가 있는 OO의 방학’이란 12권의 책을 볼 때마다 자신감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학습·진로 선택에 도움

‘테마가 있는 방학’은 통합학습으로 연결할 수 있다. 예컨대 학교에서 조선시대를 시간의 흐름 순서로 배웠다면 조선시대 기후변화로 인한 기근과 그것이 정치·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연결시켜 공부할 수 있다. 학습법전문가 이지은씨는 “통합학습은 꼬리를 무는 궁금증 때문에 자연스럽게 학습에 흥미를 끌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그에 따라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과정에서 자기 관리 능력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초등학생들이 하나의 테마로 방학을 보내기란 그리 간단치 않다. 적성 등을 고려해 쉬운 주제를 정해 실천토록 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이남수씨는 “깊이 있는 활동이 아이의 진로 선택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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