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포스코 : 유상부회장 사법처리… '포스트 劉' 수면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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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포스코가 격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포스코 계열사와 협력회사의 타이거풀스 주식 매입과 관련해 최고경영자인 유상부 회장과 김용운 부사장이 사법처리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 조사 결과 '최규선 게이트'에 劉회장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劉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경영진 교체 여부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劉회장 어떻게 될까=劉회장이 기소된다고 해서 바로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포스코는 회사 정관에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거나 형 집행이 종료되지 않은 경우 상임이사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여론악화땐 자진 퇴진 전망

따라서 劉회장은 확정판결 때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상임이사에서 물러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세계 1위의 철강기업 최고경영자가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죄로 기소되면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게 되고 포스코는 어떤 식으로든 쇄신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법처리로 포스코 경영진의 진퇴에 대해선 세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劉회장의 유임이다. 劉회장은 "어떠한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경우 그는 현직에 있으면서 혐의를 벗으려 할 것이고 그 연장선상에서 정치권의 청탁 배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혁신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劉회장이 현직에 그대로 있으려고 하지만 주주들과 여론이 사퇴를 원할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사퇴 여론에도 불구하고 劉회장이 "명예회복을 하겠다"고 유임을 고집할 경우 포스코는 임시이사회를 열어 회장을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포스코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까지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론이 악화되고 주주들이 劉회장 퇴진을 원할 경우 劉회장 스스로 사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1993년 劉회장(당시 부사장)이 박태준 명예회장 관련 세무조사 여파로 구속됐으나 적극적인 변론으로 무죄판결을 이끌어낸 전력이 있다.劉회장은 이번 사건도 정치적인 사안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의 방향은=劉회장이 남든 떠나든 포스코의 기본 사업방향은 크게 바뀌지 않겠지만 신규사업 분야의 경우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劉회장이 주도해온 바이오·에너지 사업 진출 작업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 그가 남을 경우에도 쇄신 방안을 발표할 것이고, 그 속에 신규사업 진출 사업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劉회장 주도 신규사업 파급

劉회장이 물러날 경우에는 변화가 많을 것이다. 劉회장이 수천억원을 들여 추진했던 경영혁신(PI)작업도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재계에서는 劉회장이 물러날 경우 이구택 사장의 임시대행 체제가 된 뒤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회장을 뽑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에도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이 대주주인 데다 정부 보유 주식이 없는 포스코에 예전처럼 정부 입김에 의해 '철강 문외한'이 최고경영자로 입성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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