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株 '원高'로 시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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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자동차 업체들이 가파른 원화가치 상승으로 깊은 시름에 잠겼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원화가치가 오를 때마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이익도 줄기 때문이다.

이는 주가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23일 이후 거래일 기준으로 7일 연속 하락했다.4월 말 5만4천원이었던 주가는 지난달 말 4만2백50원까지 밀렸다. 기아차도 지난 4월 23일 이후 22% 떨어졌다.

현대모비스도 지난달 20일 이후 25% 뒷걸음쳤다. 현대모비스의 하락은 경영투명성에 대한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현대차 정의선 전무가 대주주인 차오디오제조업체 본텍을 흡수합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원화절상 흐름이 주춤해지는 게 관건이라고 말한다.

<표참조>

현대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1% 떨어질 때마다 현대차는 2.5%, 기아차는 3%씩 주당순익이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서울증권도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당순익이 1백원, 90원씩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업체의 매출 중 수출 비중이 48%나 된다. 자동차에 대한 특소세 인하 혜택이 오는 8월로 끝나는 점도 부담이다.

현대증권 김학주 연구원은 "그동안 자동차업체들의 실적 호전은 환율상승과 특소세 인하에 따른 내수 증가 때문이었다"며 "따라서 당분간 자동차업종의 주가흐름이 지수 상승률을 웃돌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의 주가 하락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굿모닝증권 손종원 연구위원은 "주가가 내재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하락한 만큼 멀리 내다보는 투자자라라면 매수를 진지하게 고려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연평균 환율을 1천2백원으로 잡아도 현대차·기아차의 실적호전은 가능하다"며 "특히 기아차는 소렌토 등의 신차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어 '놀랄 만한 실적'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의 본텍 인수도 시장이 과민반응했다는 평가다. 한투증권 송영선 연구원은 "이번 인수로 카트로닉스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게 됐다"며 매수의견과 함께 적정주가를 4만1천원으로 제시했다.

현대모비스는 원화절상의 충격도 적은 편이다. 한투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1백원 떨어질 때 현대모비스의 올해 영업손실은 1백45억원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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