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광 여대생'월드컵 위해 뛴다 大 경영학과 이샘씨, 한국팀 미디어연락관 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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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축구가 좋아 무작정 미디어연락관을 지원했는데 우연히 한국팀을 맡게 됐거든요. TV로만 보던 대표선수들을 코 앞에서 볼 수 있게 돼 너무 기뻐요."

지난달 27일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대표팀의 경주 베이스캠프에는 그동안 못보던 식구가 하나 늘었다. 이화여대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샘(21)씨다.

씨는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가 한국에서 경기를 벌이는 16개 팀마다 한명씩 붙여준 미디어연락관 중 한국팀 담당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대표팀 식구는 아니다. 하지만 대표팀과 같은 숙소를 사용하며 일정과 관련된 일거수 일투족을 국제미디어센터(IMC)에 보고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표팀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녀야 한다. 싫든 좋든 한달간 대표팀과 한솥밥을 먹게 된 것이다.

아침마다 대표팀의 일정을 확인하려는 취재진의 전화를 수십통씩 받는 것도 그의 몫이다. 한국 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장 내 공동취재구역에서 내·외신 기자들에게 통역 서비스도 한다.

씨는 두가지 이유에서 미디어연락관을 자원했다. 우선 산업자원부 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 영국·태국 등에서 3년여를 보냈기 때문에 영어실력을 인정받았다. 또 한가지는 스스로 못말리는 축구광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연락관 지원은 즉흥적인 결정이 아니라 필연인 셈이죠."

국내에서 축구에 대한 붐이 일었던 1997년부터 축구에 매달리게 됐다는 그는 프로축구 울산 현대의 서포터스 회원이기도 하다.

최근 그에게 고민이 생겼다. 대표팀 중 가장 세련된 플레이를 한다고 여긴 유상철을 평소 가장 좋아했는데 대표팀에 들어와 가까이에서 지켜본 뒤 다른 선수가 눈에 들었다. 김남일이다. "김남일 플레이의 어떤 점이 맘에 드느냐""그럼 유상철은 싫어진 거냐"는 질문에 씨는 "유상철은 선수로서 여전히 좋아한다"고만 대답했다.

"가장 힘든 점은 뭐냐"고 묻자 그는 "대표선수들 모두에게 사인이라도 받고 싶은데 팀 운영을 지원해야 하는 일종의 스태프라는 신분상 선수들과 동등한 위치에 서야 하기 때문에 사인공세를 자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씨 덕분에 삭막한 남자들만의 대표팀에 달콤한 여유가 돌고 있다.

경주=신준봉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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