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 믿고 떠나요" 김택수 탁구대표 은퇴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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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 아테네 올림픽에서 유승민을 지도했던 김택수 전 국가대표팀 코치(左)가 유승민과 은퇴 경기를 하고 있다. 불꽃 튀는 드라이브 대결 끝에 김 코치가 11-8로 이겼다. [음성=연합]

지난 8월 아테네 올림픽 남자탁구 단식 결승전에서 유승민(22.삼성생명)이 왕하오(중국)를 꺾고 금메달을 확정하는 순간 펄쩍 뛰어올라 유승민을 껴안고 눈물을 쏟았던 사나이.

김택수(34.KT&G) 전 남자 국가대표팀 코치가 24일 고별 무대를 끝으로 17년간 가슴에 달았던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김 코치는 이날 충북 음성실내체육관에서 종합탁구선수권대회 개막식에 앞서 은퇴식을 했다. 지난 4월 후배들을 물리치고 올림픽 대표로 선발되고도 돌연 은퇴 선언을 한 뒤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던 그를 위해 대한탁구협회가 특별히 마련한 자리였다.

감사패 전달에 이어 제자인 유승민과의 1세트 이벤트 경기가 열렸다. 불꽃 튀는 드라이브 대결에 이어 랠리 도중 펜스를 넘어가 리시브를 하는가 하면 아예 테이블 위에 올라가 스매싱을 하는 묘기가 이어지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1500여 관중은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결과는 11-8로 김 코치의 승리.

광주 숭일고 3학년이던 1987년 국가대표로 발탁된 뒤 17년 가까이 한국 남자탁구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그는 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단식 금메달을 따낸 것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코치로 참가한 아테네 올림픽에서 유승민이 금메달을 따낸 것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 코치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유승민과 같은 뛰어난 후배가 있어 마음 편하게 물러날 수 있다. 앞으로는 지도자로서 한국 탁구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김 코치는 비록 태극마크는 반납했지만 당분간 일본 무대에서 선수생활을 계속할 예정이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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