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 TV<고화질> 월드컵 방송 기대 못미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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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월드컵 경기 중계를 통해 새롭게 시도되는 고화질(HD) 디지털 방송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번 기회에 HDTV를 구입해 안방에서 선명한 화면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도 느는 추세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설사 수백만원대 HDTV를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전체 경기를 현행 아날로그 방송보다 약 5배 가량 뛰어난 고화질로 볼 수는 없다. HD 라이브(생중계)는 전체 64개 경기 중 46개(한국 23개,일본 23개를 제작해 공유)만 계획돼 있고 녹화·하이라이트 중계를 합쳐도 49개 경기(한국 24개, 일본 25개)를 커버할 뿐이다.

다만 디지털 수상기만 있다면 2배 정도 선명한 화면을 즐기는 데는 문제가 없다. FIFA 산하 HBS가 64개 경기 전부를 SD(표준화질) 디지털 신호로 전세계(개최국인 한국·일본 포함)에 내보낼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부터 경기 중계에 따른 개최국의 메리트는 완전히 사라졌다.주관 방송사가 HBS로 단일화한 탓이다. 대신 FIFA는 한국·일본에 HDTV용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한국방송단(Korea Pool)은 KBS·MBC·SBS 등 지상파 3사가 8경기 씩 나눠 HD 방식으로 제작·방영할 계획이다. 일본의 경우 25개 경기를 맡았는데 지상파 중계는 없이 위성채널로만 서비스된다.

제작진의 고민은 두가지다. 하나는 HD 수상기 보급이 극히 미흡하다는 점이다. 정보통신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디지털TV 보급대수는 47만대. 올들어 3월 말까지 14만대가 더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는 초기에 집중적으로 팔린 SD급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이번 HD 방송에서 다양한 앵글을 선보일 수 없다는 사실. 주관 방송사인 HBS는 경기마다 19~23대의 카메라를 투입, 여러 각도의 화면을 선사할 예정이지만 우리의 HD 방송의 경우 카메라 8대를 투입하는 데 그친다. 따라서 화면의 선명도는 높아질지라도 다이내믹한 장면을 연출하긴 역부족일 게 뻔하다.

HD 방송의 유용성에 대한 논란도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 HD 중계 자체가 낭비 아니냐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 정보통신부의 입장은 한결같이 HD 중계의 성공을 통해 기술 위상을 높이면서 관련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를 거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상당수 전문가들은 인력·장비·전파를 낭비하는 전시 행정에 불과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산하 디지털TV특별위원회 한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사실상 HD 방송을 포기한 상태에서 한국에 고가 장비만 파는 전략으로 돌아선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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