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정잡배면 당신은 양아치냐" 盧후보 거친 맞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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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주당 노무현(武鉉)후보가 31일 경기도 시흥에서 열린 정당연설회에서 자신의 '깽판' 발언을 크게 보도한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의 관계를 '조-한 동맹'이라고 몰아붙이며 맹공격했다. 그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겨냥해 "양아치냐"고 했고, 조선일보를 쓰레기통에 비유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해 파문이 일었다. 다음은 발언 요지.

"…존경하는 조선일보 논설위원님, 기자님, 사장님, 회장님. 저 노무현의 '깽판'발언에 대한 기사·논설 정말 잘 읽었다.

나는 그렇게 고상한 말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그렇게 천박한 비속어라고도 생각지 않는데 깨우쳐줘서 잘 알게 됐다. 앞으로 대통령 취임사에는 이런 용어 쓰지 않겠다.

…이회창 후보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망나니 같은 인사정책으로 이런 놈의 나라를 만들었다'고 국가를 저주했는데 이것은 한국정치를 깽판놓자는 것이다.

제가 여러분에게 '이회창 총재가 남북대화를 깽판놓으려고 한다'고 말하면 대통령 자질부족이냐.

…수천개의 단어가 쏟아진 정말 뜻 있는 연설내용 중 단어 하나 딱 주워가지고 노무현이 자질이 있다, 없다 사설까지 썼다.

수만평의 사과밭에 가서 썩은 사과 딱 하나 주워가지고 나와 '이 과수원의 사과는 다 썩었다'고 하면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천 마디 말 중 한 마디 쓰레기 같은 말을 했다고 그 쓰레기만 딱 주워다 갖다 담으면 그것은 쓰레기통이다.

그 말만 담은 신문은 잘못하면 쓰레기통이 되니까, 앞으로 그런 것 주워담지 말라, 이런 뜻이다. 조선일보 기자님께 물어보겠다.'빠순이'는 고상한 말이고 '깽판'은 비속어냐.

정부정책을 '망나니'라고 해도,'이런 놈의 나라'라고 국가를 경멸해도, 이회창이 하면 괜찮고 노무현이 하면 안되느냐.

조-한 동맹, 아니 창자를 꺼내 씹어버리겠다고 얘기했던 (후보의)말은 왜 묻어줬나. 노무현의 깽판을 얘기하려면 이회창의 빠순이에 대해서도 써라.

이회창 후보는 고상하고 귀한 분이 왜 빠순이·망나니·하꼬방이란 말을 쓰나. 그러면서 왜 아랫사람 시켜 저한테 시정잡배라고 하나. 내가 시정잡배면 당신은, 아니 한나라당의 모씨는 양아치냐.

나는 조선일보 사장님, 회장님처럼 그렇게 고상한 말만 쓰고 살지 않는지 모르지만 그분들처럼 천황폐하 모시고 일제 아부하고, 군사독재 정권에 결탁해 알랑거리고, 특혜받아 뒷돈도 챙겨 부자되지는 않았다. …말을 고치는 것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시대 기회주의와 편의주의에 젖은 그들의 사고방식은 결코 고칠 수 없다.

이 사람들과 손 꽉 잡고 '세무조사도 하지 말아라' '세금도 받지 말아라'하고 말하는 이회창 후보의 그 특권적 생각도 고쳐지지 않는다.…전체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선을 확실히 딱 그어야겠다 해서 이렇게 말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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