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시나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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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① 1승도 못 거두고 16강 진출에 실패하면

온갖 비난이 쏟아진다. "역시 우리는 안된다"는 자괴감과 함께 언론의 '히딩크 죽이기'가 극에 달한다. 일부 아쉬워하는 성숙한 한국인들도 있지만 히딩크는 아픈 기억을 가슴에 안은 채 쓸쓸히 고국으로 돌아간다.

② 상당히 선전하고 1승을 거두나 16강 진출에 실패할 때

모두들 너무나 아쉬워 한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일부 언론이 '히딩크 죽이기'를 시도하지만 많은 국민은 그래도 히딩크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며 두둔한다. 히딩크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많은 한국인의 환송을 받으며 떠난다.

③ 16강에 오를 때

많은 국민이 열광하며 '히딩크 귀화설'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가슴에 희망과 용기를 심어준 히딩크는 자랑스럽게 고국으로 돌아간다.

④ 8강에 진출하면

히딩크는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미 5천만명에 해당하는 히딩크 스토커가 양산돼 그는 강제로 귀화당한다. 한글로 된 히딩크 위인전이 출간된다.

<인터넷의 한 게시판에 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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