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750명 꿈같은 '경기장 응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반갑다, 월드컵. 개막전을 하루 앞둔 30일. 집과 길거리, 그리고 회사에서 온통 축구 얘기뿐이다. 드디어 월드컵 세상이 온 것이다.

○…"꿈만 같아요. 월드컵을 직접 보게 되다니…."

부산 '소년의 집'고영지(15)군은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동통신업체인 KTF가 高군과 같은 아동복지시설의 어린이·청소년 7백50명을 선발, 응원단으로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도록 주선한 것이다.

한진해운은 장애인 90명과 동반자 30명 등 모두 1백20명에게 한국-폴란드전 등 세경기 입장권을 전달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저소득층 자녀 2백40명에게 6일(세네갈-덴마크전)·8일(남아공-슬로베니아전)경기 관람권을 나눠주었다.

디지털위성방송업체인 '스카이라이프'는 TV시청이 어려운 도서·산간 주민들이 깨끗한 화질로 중계방송을 볼 수 있도록 무료로 위성방송 수신기를 설치해 주기로 했다.

○…술집이나 음식점 등은 앞다퉈 대형TV를 들여놓고 있다. 큰 화면을 통해 경기장의 열기를 생생히 느끼려는 사람들이 몰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조은자(44·여)씨는 음식점 주변에 '대형TV 있음, 단체관람 가능'이라고 적힌 안내문을 붙였다.조씨는 "월드컵 기간을 업소를 알리는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60인치 TV를 샀다"고 말했다.

한 전자제품 대여업체 사장은 "갖고 있던 1백여대의 대형TV가 이미 한달 전 모두 대여됐다"며 "요즘 '웃돈을 줄테니 무조건 구해달라'고 조르는 업소 주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명일여중은 다음달 4일로 예정된 전교생 수련회에 대형 TV를 준비, 한국과 폴란드 경기를 단체관람하기로 했다. 서울 리라초등학교는 전교생에게 월드컵 참가국과 선수들을 조사해오는 숙제를 내주고 바람직한 응원 방식에 대한 토론 수업을 하고 있다.

한성여고 학생들은 다음달 7~8일을 월드컵 체험학습일로 지정받아 공휴일과 일요일을 합쳐 사흘간의 연휴를 즐기게 됐다.교육부는 "전국 5백80여 초·중·고교가 개막일·경기일에 단축수업이나 휴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북 임실군 관촌·오수면에서 꽃을 키우는 농민 22명은 "다음달 7일 전주에서 열리는 스페인-파라과이 경기 입장객 5만여명에게 장미꽃 한송이씩을 선사해 관중석을 온통 장미꽃으로 물들이겠다"고 밝혔다.

농민 이탁현(45)씨는 "이 장미꽃이 TV 등을 통해 월드컵을 지켜보는 수많은 세계인들의 가슴에 아름다운 한국의 이미지를 심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국 종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