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미드필더 최성용 - 지칠줄 모르는 '폭주 기관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최성용(27·수원 삼성)은 축구선수로는 크지 않은 키다. 그렇다고 덩치 큰 유럽 선수들이 그를 얕잡아 보면 큰코다친다. 격렬한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맷집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날렵하기까지 하다.

대표팀 생활이 10년이 넘었지만 최성용은 아직도 스타플레이어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주목받는 자리에 있기보다는 구석 한 켠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그는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의 축구 인생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대학을 졸업하던 1996년 상무에 입대했고, 군복무 기간 중이던 98년 프랑스 월드컵에 출전했다.

제대와 동시에 일본 프로축구 J-리그 빗셀 고베에서 2년간 주전으로 활약한 그는 지난해 오스트리아 라스크린츠로 둥지를 옮겨 유럽 축구를 경험했다. 소속팀이 2부 리그로 떨어지자 과감하게 고국행을 택해 수원 삼성에 입단했다.

폭주 기관차. 지칠줄 모르는 체력을 가진 최성용의 별명이다.

대표팀의 체력 강화 프로그램에서도 그는 '한 체력 한다'는 차두리·이천수 등 '영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지옥 훈련이라고 불리는 20m 왕복 달리기 테스트에서도 그는 늘 상위권이다.

최성용은 강한 투지를 바탕으로 한 대인마크와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저돌적인 돌파가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4월 일본전에서는 일본이 자랑하는 플레이메이커 나카타를 철저히 봉쇄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런 최성용이 히딩크 감독 체제 아래서는 다소 외곽으로 밀린 인상을 주기도 한다. '히딩크의 황태자' 송종국이 오른쪽 윙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자리잡기가 쉽지 않아졌다. 히딩크 감독이 개별적인 대인 수비보다는 유기적인 협력 수비로 수비 방식을 바꾸면서부터다.

이래저래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그는 여전히 쾌활하다. 유럽무대에서 얻은 자신감과 경험이라는 값진 자산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축구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늘 열심히 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지금껏 쏟아온 땀의 결과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미드필드에 힘을 보태줄 선수"라며 "대표팀에서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원=이철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