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경쟁부문 오른'취화선' 한국영화 홍보사절 톡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미국의 연예잡지 '할리우드 리포터'는 지난 20일 칸 영화제 데일리(영화제 기간에 발행되는 소식지)에서 급성장한 한국 영화산업에 대한 특집을 다뤘다. 이 잡지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영화제 마켓에서 판매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던 한국 영화가 인상적인(impressive) 수출 신장을 보여주고 있다"고 호평했다.

세계적인 영화전문지 '스크린 인터내셔널'도 칸 경쟁 부문에 오른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을 비롯한 한국 영화를 소개하는 스페셜 이슈를 발행했다. 여기에는 홍상수·박찬욱 두 감독의 근황을 전하는 기사도 실렸다.

두 잡지를 포함해 매일 아침마다 칸 시내 곳곳에 배포되는 각종 데일리에도 한국 영화에 대한 소식은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한다. 지난 20일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한 '한국 영화의 밤'에도 외국 취재진이 몰려드는 등 한마디로 현지에서 한국 영화가 받는 대접이 결코 초라하지 않다는 인상이다.

칸에서 지켜보는 이러한 기분 좋은 광경은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경쟁 부문에, 그것도 2년 전 '춘향뎐'에 이어 두번째로 진출한 사실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취화선'이 경쟁작이 됨으로써 한국 영화에 대한 국제적 인지도가 훌쩍 높아졌다는 점이 갈수록 실감되기 때문이다.

80여편의 공식 초청작 중 경쟁작이 받는 스포트라이트는 눈부시다. 뤼미에르 극장의 붉은 카펫이 깔린 계단을 턱시도 차림을 한 각국 보도진의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오르는 '영광'은 그 중 하나에 불과하다.

혹자는 세계적 권위의 칸 영화제에서 '취화선'이, 더 정확히는 한국 영화가 설마 상을 타겠느냐며 회의적 시각을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취화선'이 한국 영화의 발전과 작품성 향상의 상징으로 다뤄지면서 홍보 사절 노릇을 톡톡히 한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생활의 발견'의 홍상수 감독이 '주목할 만한 시선'에 세번이나 초청을 받았다며 참석을 거부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칸=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