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美 시위속 부시 경호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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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독일 사람들 표현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미움 받는 사나이'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베를린 방문을 앞두고 독일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신변경호 때문이 아니다. 부시가 베를린을 방문하는 22, 23일 이틀간 베를린 등 독일 전역에서 1백여건의 대대적인 반미(反美)시위가 벌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베를린에서는 반전·반세계화 운동가 등 1만여명이 모여 대형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경찰은 '제2의 제노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부시의 행선지 주변에 시위대의 접근을 원천봉쇄하는 한편 폭력시위에는 단호하게 대처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1만명의 경찰병력을 베를린에 투입키로 했다. 2년 전 빌 클린턴 미대통령 방문 때의 4배다. 경비예산도 사상 최고인 3백만 유로가 책정됐다.

부시의 숙소인 브란덴부르크문 옆 아들론 호텔과 23일 연설하는 구(舊)제국의회 건물, 방문지인 벨레뷔궁(대통령관저)및 총리공관을 잇는 사각형 지역은 이틀간 일반인의 출입이 완전 차단된다. 특히 아들론 호텔은 이 기간에 경호팀이 객실 전체를 예약한 데다 주변의 건물도 모두 비워 그야말로 물샐틈 없는 경비를 펼친다. 주변 건물 옥상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저격요원들이 배치된다. 이같은 근접 경호는 6백여명의 미국 요원들이 담당한다.

지상 경호만이 아니다. 부시 일행을 태운 미 공군 1호기가 착륙하고 이륙하는 동안 베를린의 테겔공항은 잠정폐쇄되고 베를린 상공의 모든 항공기 운항이 중단된다. 그래도 고민은 남는다. 클린턴이 일정에 없던 술집 방문으로 비상을 걸었던 것처럼 부시가 무슨 돌출 제안을 내놓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 경찰 당국은 "부시가 매일 오후 9시30분이면 잠자리에 든다"는 언론의 보도에 일단 안심하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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