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파고드는 수입차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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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9면

올들어 수입차 판매량이 매달 신기록을 세우며 수직상승하고 있다. 경기가 호전되고 외제차에 대한 거부감이 준 것이 큰 요인이다. 수입차 업체들은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포드세일즈서비스 코리아 관계자는 "수입차가 일부 고소득층만의 사치품으로 인식돼 오다가 최근 중저가 모델 출시 등에 힘입어 급속히 대중화하는 추세"라며 "다양한 고객층을 흡수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30~40대 고학력 중산층이 밀집한 경기도 분당 신도시에 전시장을 내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고급 문화행사 지원=렉서스 시리즈를 수입·판매하는 한국도요타자동차는 2000년 국내에 상륙한 후 매년 가을 국내외 유명 오케스트라와 성악인을 초청,'도요타 클래식'공연을 열고 있다. 렉서스를 구입했거나 구매의사가 있는 잠재 고객이 초청 대상이다.

볼보자동차 코리아는 음대 교수 20여명으로 구성된 '리더스 앙상블'을 앞세워 정기공연을 하기로 했다. 첫번째 무대가 오는 7월 열리는 '볼보 창립 75주년 기념 음악회'다. 랜드로버 코리아는 수입차 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지난달 26일부터 이틀간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창작음악극 '영원한 사랑 춘향이'를 협찬했다.

◇드라마 '무임승차'=TV 드라마·영화 등에 승용차를 소품으로 등장시키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른바 상품노출(PPL)마케팅이다.

한성자동차는 인기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에 벤츠 뉴M클라스와 포르셰 박스터를 선보였다.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주말 드라마 '여우와 솜사탕'에 LHS를, 영화 '서프라이즈'에 PT크루저를, LG정유 CF에 세브링을 각각 지원했다.

포드 코리아는 한때 장안의 화제였던 드라마 '겨울연가'에 뉴 익스플로러·윈드스타·링컨 타운카 등을 무더기로 출연시킨 바 있다.

풍뎅이 차로 유명한 폴크스바겐은 지난 4월 폴크스바겐의 차체를 독창적으로 꾸미는 '아트비틀 콘테스트'를 열었다. 이 행사에는 3천여명이 수상작 선정 투표에 참여해 기대 이상의 홍보 효과를 거뒀다는 후문이다.

◇골프장에서도 광고=업체들은 부유층 오너 드라이버가 몰리는 골프장을 중요한 마케팅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오는 20일부터 BMW 골프컵 국제대회 예선을 치르는 BMW 코리아는 BMW Z3와 3시리즈를 홀인원 상품으로 내걸었다.

포드는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홀인원상으로 3천2백만원짜리 뉴몬데오 승용차를 제공한다.

볼보는 '볼보 자동차 골프대회'의 홀인원상으로 7천여만원을 호가하는 볼보 S80 T6승용차를 준비하고 있다.

◇분당을 잡아라=분당이 수입차 회사들의 황금어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BMW 등에 이어 포드와 랜드로버가 올들어 분당 중심가에 대형 전시장을 마련했고 다른 업체들도 점포를 물색하는 등 분당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포드는 지난 3월 분당구 수내동에 1백60평 규모의 대형 전시장을 마련, 최근 출시된 '뉴 익스플로러'를 포함해 7개 차종을 전시하고 있다.

랜드로버도 이매동에 60평 규모의 전시장을 열고 뉴프리랜더·디스커버리 등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정자동에 1백평 규모의 전시장을 연 BMW는 오는 6월 전시장을 확장해 이전할 예정이다. 볼보·도요타·폴크스바겐 등도 분당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수입차 업계가 분당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거주자들의 구매력이 서울 강남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거주자의 대부분이 30~40대 고학력 중산층으로 자영업자·전문직 종사자다. 외국 생활 경험이 있는 사람도 많아 수입차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것도 한 요인이다.

표재용·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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