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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별난 좌파 사업가들이 인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가 좌파 인터넷 사업자 등에게로 경영권을 넘기기로 결정했다. 중도 좌파 성향의 르몽드는 29일(현지시간) 피에르 베르제(82)·마티외 피가스(42)·자비에 니엘(42)이 구성한 ‘3인 컨소시엄’에 지배 지분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베르제는 세계적 디자이너 이브생 로랑(작고)의 동성 연인이자 사업파트너며, 피가스는 라자르 투자은행의 최고경영자(CEO)다. 니엘은 1990년대에 PC통신 ‘미니텔’의 음란물 제공 성인방을 운영해 돈을 벌었다. 그는 현재 인터넷망을 연결해 주는 사업체와 ‘메디아파르’ 등 좌파 성향의 인터넷 뉴스사이트 두 개를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스페인의 프리사 등 타국의 미디어 그룹이 르몽드 인수에 관심을 보이자 “르몽드를 해외 자본에 넘길 수 없다”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약 52%의 르몽드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자와 임직원은 26일 매각 대상자 결정 투표에서 이 컨소시엄에 90%의 지지표를 던졌다. 르몽드는 적자 누적으로 채무가 1억 유로(약 15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나자 지분을 매각해 빚을 갚는 일을 추진해 왔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최근 에릭 포토리노 르몽드 발행인에게 니엘의 도덕성을 거론하며 이 컨소시엄에 경영권을 넘기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니엘이 2006년 회사자금 횡령으로 유죄 판결(집행유예) 받은 것을 문제삼은 것이었다. 이로 인해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선을 의식해 언론을 통제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베르제는 2007년 대선 때 사르코지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야당 후보 세골렌 루아얄의 후원자였으며, 피가스는 차기 사회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는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가까운 사이다. 프랑스 언론들은 대통령의 개입이 이 컨소시엄에 대한 기자들의 압도적 지지라는 역효과를 냈다고 보도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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