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버그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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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UBS워버그증권 쇼크'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이 회사가 내놓은 삼성전자 보고서가 증시에 큰 파문을 불러 일으킨 데 이어 금융감독원이 10일 워버그에 대한 정기검사에 나섰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워버그가 왜 갑자기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강력 매수(Strong Buy)'에서 '보유(Hold)'로 두 단계나 낮췄느냐 하는 점이다.

워버그는 6일 발표한 90쪽 짜리 '월례 한국보고서'에서 삼성전자에 대해 목표가 58만원으로 '강력매수'를 제시해놓고는 9일과 10일 삼성전자 보고서를 통해 목표주가를 42만원으로 낮췄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워버그 관계는 "6일자 보고서는 한국 증시를 전반적으로 조망하고 주요 종목의 투자의견을 정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래에셋투신운용 관계자는 "6일자 보고서가 그동안의 의견을 재정리한 것이라고는 하나 삼성전자를 국민은행과 함께 'Top picks(가장 좋은 주식)'으로 꼽고 '강력 매수'의견을 유지한 것은 매수하라고 권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보고서에 대한 관리 및 유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시장이 크게 출렁인 만큼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나온다. 정확히 말하면 워버그가 삼성전자에 대해 '강력 매수'의견을 내놓은 것은 지난 6일이 처음이 아니라 지난 1월부터였다는 것이다. 즉 지난 6일의 보고서는 '강력 매수'의견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이 경우 '사흘 만에 변경'이 아니라 '4개월 만에 변경'이 된다는 주장이다.

또 6일자 보고서의 삼성전자 부분은 이미 지난달 22일 삼성전자 IR(기업설명회)이후 내놓은 투자의견 부분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므로 새로운 내용은 아니라는 것.

국내 외국계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원래 워버그는 골드먼삭스와 함께 삼성전자 자체의 펀더멘털(기초여건)보다는 반도체 시장의 전망에 따라 삼성전자 등급을 조정하는 톱다운(Top-down)방식을 많이 쓴다"며 "따라서 D램 가격 전망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자연스럽게 투자등급을 낮춘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워버그는 이번에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낮추면서 올해와 내년도 D램 가격 전망을 각각 30%, 50% 하향조정했다.

둘째는 과연 이 증권사가 이번 보고서 제출을 전후해 자기매매 등으로 이익을 챙겼거나 정보를 사전에 흘렸느냐 하는 점이다. 보고서가 나오기 하루 전부터 워버그 창구를 통해 대량 매도물량이 나왔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한다. 외국계 A증권사 관계자는 "국내에 있는 외국계 증권사 중 자기 계정을 갖고 있는 곳은 C사 한곳뿐으로 워버그 창구에 쏟아진 매도물량이 자신들의 보유물량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틀린 이야기"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계좌로 자기매매를 하지 않았다고는 하나 아시아 본부가 있는 홍콩 쪽 계좌를 통해 매도물량이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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