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걸씨에 줬다는 돈 20억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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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3남 김홍걸(金弘傑)씨의 소환이 임박하면서 검찰은 홍걸씨가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구속)씨에게서 받은 돈의 규모와 성격을 밝히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하면서 거액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崔씨에게서 홍걸씨가 얼마를, 어떤 명목으로 받았는지는 홍걸씨의 사법처리를 결정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받았나=지금까지 검찰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금액은 지난해 3월 崔씨가 타이거풀스 주식을 매각해 조성한 3억원을 1백만원권 수표 3백장으로 만들어 홍걸씨에게 전달했다는 것뿐이다.

崔씨는 지난달 19일 영장실질심사에서 "대원SCN에서 받은 돈 중 내 몫은 2억5천만원뿐이며 나머지는 홍걸씨 몫"이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검찰 수사 결과 崔씨는 2000년 7월~지난해 12월에 대원SCN에서 창원시 아파트 부지에 대한 고도 제한을 풀어달라는 청탁과 함께 10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 중 홍걸씨는 崔씨에게서 7억5천만원을 추가로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崔씨는 검찰 출두 직전 일부 언론에 "1998년부터 2000년까지 홍걸씨에게 벤처 투자 자금으로 수백만~수천만원씩 총 5억원을 제공했다"고 밝혔으며 검찰에 출두해서는 "지난해 1월 S건설이 홍걸씨에게 빌려준 4억원을 지난해 7월 대신 갚아줬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崔씨의 주장과 진술이 수사를 통해 입증될 경우 홍걸씨의 수수액은 20억원 이상이 된다.

이밖에 崔씨가 지난해 4월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 대표 송재빈(宋在斌·구속)씨의 타이거풀스 주식 20만주를 포스코 계열사에 매각해 주고 받은 24억원 중 일부를 홍걸씨에게 전달했으며 동서 황인돈(36)씨의 회사 직원 명의로 타이거풀스 주식 1만3천여주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黃씨는 최근 변호인을 통해 "崔씨의 부탁으로 내용물을 모르는 쇼핑백을 홍걸씨에게 여러차례 전달했으며 직원들 명의로 돼 있는 타이거풀스 주식은 내것이 아니다"고 밝혀 상당한 규모의 돈과 주식이 홍걸씨 쪽으로 넘어갔음을 시사했다.

◇대가성이 관건=검찰은 이미 발표한 3억원 외에 崔씨가 홍걸씨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홍걸씨를 사법처리하기 위해서는 건네진 돈의 명목이 중요하다. 만일 돈을 주면서 "민원이 있으니 공무원이나 금융계에 힘을 써 달라"고 청탁했다면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崔씨는 측근에게 맡긴 녹음 테이프에서 "홍걸씨에게 돈을 준 것은 보험용이지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이 계좌추적을 통해 확인한 3억원에 대해서도 "빌려준 것"이라고 대가성을 부인했다.

이와 함께 홍걸씨가 S건설에서 4억원을 빌렸는지를 확인 중이다.

◇검찰 소환 준비=김대중 대통령의 2남 홍업(弘業)씨와 3남 홍걸씨가 변호사를 곧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9일 "검찰에서 (홍걸씨에게)연락이 가면 홍걸씨는 변호사를 선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한 여권 인사는 두 사람의 변호인은 이미 내정된 상태라고 전했다.

홍업씨와 홍걸씨가 변호사 선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검찰의 소환통보가 멀지 않았다고 보고 출두와 귀국 등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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