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민영화 기업 맞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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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포스코(옛 포항제철)는 과연 민영화된 기업인가. 유상부 포스코 회장이 2000년 7월에 김대중 대통령의 3남 홍걸씨와 최규선씨 등을 만난 후 崔씨측과 석연치 않은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제기된 의문이다.

회장과 홍걸씨의 만남에 이희호 여사의 주선이 있었느냐는 점은 별도로 가릴 문제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진정 염려하는 것은 포스코의 건강성과 장래다. 포스코가 어떤 회사인가. 1968년 3월 일본에서 받은 청구권 자금 7천3백만달러를 밑천으로 포항 해변에 제철소를 짓기 시작한 후 34년이 지나는 동안 포스코는 제철입국(製鐵國)과 조국근대화의 상징이었다. 포스코가 조강능력 세계 1위의 철강회사로 성장하는 과정은 한국 경제의 기적이었으며, 세계가 놀란 성취였다.

정부는 세금으로 일군 성과를 국민과 나누기 위해 88년 포항제철을 국민주 1호로 공개했다. 현 정부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포철을 국영기업의 굴레에서 풀어주기 위해 민영화를 단행했다. 2000년 10월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산업은행 지분마저 털면서 포스코는 정부 지분이 한주도 없다. 공공부문 개혁의 상징적인 성과로 포스코 민영화를 강조한 것도 이 정부였다.

그런 포스코가 대통령 아들이 나타난 뒤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타이거풀스 주식을 사주거나 벤처캐피털 설립을 지원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사주 12.8%, 일반투자지분 26%에 외국인 지분이 60%를 넘는 포스코의 이런 거래를 외국인 투자자들은 어떻게 볼 것인가. 정권의 소유가 아니라 국민의 기업인 포스코의 민영화에 흠집을 낸 당사자들, 특히 권력층에 의지하려 했던 경영진은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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