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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번 넘게 설사 … 먹는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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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미만의 소아는 면역력이 약해 각종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쉽다. 바이러스성 장염에 걸리면 1~3일간 잠복기를 거쳐 발열과 구토가 나타나다가, 하루에도 10회 이상씩 설사를 한다. 쌀뜨물처럼 묽은 변이 3~8일간 지속되는데 심하면 탈수증으로 체중이 준다. 마치 100m 달리기를 했을 때처럼 기운이 빠지면서 산혈증(혈액의 산성화)까지 보인다.

웬만한 세제에도 잘 씻기지 않아

로타바이러스 장염은 5세 이하 소아의 95%가 한 번쯤 감염될 만큼 발병률이 높다.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차성호 교수는 “설사를 하면 몸의 수분이 빠질 뿐 아니라, 전해질·나트륨·칼륨·염소의 균형이 깨지면서 몸의 신진대사에 관여하는 효소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소아에게 급성 설사질환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에는 로타·노로·장아데노·아스트로 바이러스 등이 있다. 이 중 70%는 로타바이러스가 원인. 환자 10명 중 2~3명은 병원에 입원해야 할 만큼 상태가 심각하다. 로타바이러스는 보통 겨울부터 초봄에 자주 발생하는데 최근에는 초여름에도 유행하고 있어 사계절 내내 주의가 필요하다.

전국 106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매주 환자 발생 현황을 분석하고 있는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센터 관계자는 “신종 플루와 기후변화 등 복합적인 영향으로 로타바이러스의 유행 시기가 지난해 동기간보다 한두 달씩 밀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로타바이러스는 신생아실·산후조리원·어린이집에서 감염된 다른 아이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전염되는 경우가 많다. 소아의 배변에서 배출된 바이러스가 기저귀통이나 장난감·욕실 등에 붙어 있다가 간호인·선생님·부모의 손을 통해 옮겨진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쇼핑몰·피서지·병원 등도 예외는 아니다.

장티푸스나 콜레라 등 세균성 장염은 오염된 음식물이나 비위생적인 생활환경을 통해 전염된다. 따라서 평소 손을 깨끗이 씻고, 음식을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한다.

로타바이러스는 웬만한 세제에도 잘 씻기지 않으며 소량으로도 전파될 수 있다. 위생상태가 양호한 선진국에도 환자가 많은 이유다. 로타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되기 이전 미국에서만 매년 270만 명의 5세 미만 소아가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돼 병원 신세를 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9년 4월 전 세계의 국가 예방접종 사업에 로타바이러스 백신 접종을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과 호주·유럽 등에선 필수 예방접종이지만 우리나라는 보험 문제로 선택사항이다.

대전을지대병원 감염내과 윤희정 교수는 “필요하지 않거나 덜 중요해서 선택 예방접종이 아니다”라며 “일찍 백신을 접종하면 아기가 바이러스에 노출돼도 건강을 지킬 수 있고, 병원 입원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리 접종하면 90% 예방할 수 있어

보리차

로타바이러스 백신은 5세 미만 어린이에게 접종하기 때문에 주사가 아닌 먹이는 경구용으로 개발됐다. 대표적 백신인 로타릭스(GSK)는 2회 접종(생후 6주부터 접종. 1차 접종 4주 후에 2차 접종하므로 생후 3개월 이전에 예방접종 완료), 로타텍(MSD)은 3회 접종한다. 생후 3~24개월 때 발생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생후 16주 안에 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좋다.

영아기에 예방접종을 하면 자연감염과 비슷한 면역력을 기대할 수 있다. 로타릭스는 흔하게 유행하는 5가지 로타바이러스 유형(G1, G2, G3, G4, G9)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한 로타바이러스 장염과 이로 인한 입원을 각각 90%, 96%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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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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