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적이탈… 뭐가 달라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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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DJ)대통령의 민주당 당적 이탈은 정치권에 적지 않은 연쇄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집권 여당(ruling party)과 야당(opposition party)의 구분이 사라지게 된다.

고려대 임혁백(任爀伯)교수는 "대통령제 하에서 집권 여당은 대통령이 당적을 가진 정당을 의미한다"면서 "金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하면 엄밀한 의미에서 원내 제1당과 2당은 있어도 여당과 야당은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국무위원들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동신(金東信)국방부장관·이근식(根植)행정자치부장관·방용석(方鏞錫)노동부장관·김동태(金東泰)농림부장관·유삼남(三男)해양수산부장관·한명숙(韓明淑)여성부장관 등이 민주당원이다. 이들 역시 탈당 또는 장관직 사퇴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공무원들이 민주당 편을 들어야 할 이유도 없고, 민주당도 金대통령과 차별화하면서 정부를 비판하는 데 부담이 줄어든다.

그만큼 국정운영에 야당의 협조가 상대적으로 절실해진다. 조속히 중립내각을 구성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제16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을 놓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의장은 여당에서 나와야 한다"는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원내 제1당은 전체 2백69석 중 1백33석을 가진 한나라당이다. 따라서 자민련이 민주당을 도와주지 않으면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장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헌정사상 대통령이 이렇듯 오랜 기간 여당 당적을 떠나 있는 것은 처음이어서 "전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민주당 宋勳錫의원)는 우려도 있다.

노태우(泰愚)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을 앞두고 9월 18일 민자당을 탈당해 현승종(玄勝鍾)총리의 중립내각을 구성했다. 당시 평민당 후보였던 金대통령은 미국 방문 중 감사전화까지 걸었다. 민자당 김영삼(金泳三)후보 측은 "왜 탈당을 하느냐"고 반발했다.

97년에는 신한국당 이회창(會昌)후보가 자기당 명예총재였던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탈당을 요구해 金전대통령은 11월 7일 탈당했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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