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회사채 손실 처리 늘려도 개인 피해는 미미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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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하이닉스 반도체의 매각이 무산됨에 따라 하이닉스 회사채를 떠안고 있는 투신사들이 빚을 떼일 것으로 생각하고 펀드에서 돈을 빼내 손실 처리를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들이 주로 가입하는 순수 시가형 펀드에는 하이닉스 회사채가 거의 없는데다 손실 폭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상각률 인상 영향은 미미할 듯=지난달말 현대투신운용이 상각률을 20%에서 60%로 올린데 이어 한국투신운용이 지난달 30일 20%에서 50%로 높였다. 또 대한투신운용과 조흥투신운용 등도 2일 상각률을 50~55%로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상각률을 올린다는 말은 빚을 떼일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손실로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상각률이 60%라는 것은 펀드에 편입된 하이닉스 회사채 1백억원 중 60억원은 미리 손실로 처리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상각금에 해당되는 돈을 펀드 배당금에서 빼내게 돼 펀드 가입자로선 피해를 보게 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말 현재 투신권이 보유하고 있는 하이닉스 회사채 규모는 총 11조4천억원 가량이며 이 중 매각하지 않아 판매사가 떠안고 있는 액수는 6조1천억원 가량이다. 즉 나머지 5천3백억원 가량이 펀드에 편입돼 있는 것이다.

<그림 참조>

즉 투신사들이 상각률을 평균 30%포인트 올린다고 할 때 펀드 가입 고객의 손실은 2천억원 이하로 전체 펀드 규모(1백66조원)의 0.1%대에 불과하다.

대한투신운용 권경업 채권운용본부장은 "실제 하이닉스 회사채가 편입된 펀드는 일반 순수 시가형은 거의 없고 일부 투기채펀드에만 있을 뿐"이라며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거의 타격이 없는 만큼 과거 대우채 환매사태와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흥투신운용 김형호 채권운용팀장은 "조흥투신의 경우 하이닉스 회사채가 펀드에 1천억원 가량 편입돼 있어 2백70억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게 되지만 펀드 가입자의 100%가 기관이고 개인투자자는 없다"며 "추가 상각에 따른 혼란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2일 투신권에는 상각률 인상에 따른 환매요구도 거의 없었다.

◇판매사들의 수익성에는 타격 예상=이미 고객들이 환매해 가고 하이닉스 채권을 처분하지 않아 보유하고 있는 판매사의 손실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투증권의 경우 회사가 떠안고 있는 물량이 3천억원 이상인데 이 중 30%포인트를 추가로 상각해야 하므로 올해 대손충당금을 6백억원 가량 더 쌓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현대투신 관계자는 "이번 투신사들의 추가 상각 조치로 가장 타격을 입는 곳은 매각하지 않은 물량을 떠안고 있는 판매사들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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