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시론

美 콜함 사건과 천안함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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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이 내용은 2000년 10월 12일 예멘 아덴 항에서 알카에다 자폭테러단에 의해 17명 전사, 42명이 부상당한 미 이지스구축함 콜함(DDG-67 COLE) 사건에 대해 클라크 해군참모총장이 2001년 1월 1일 발표한 성명서의 일부분이다. 천안함 사태와 같은 국가안보 위기 사안이 발생했을 때 사안의 본질에 접근한 시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는 사례다.

민·군 합동조사단은 2010년 5월 20일 명백한 증거와 과학적 조사 결과를 근거로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의해 침몰됐음을 밝혔다. 사건 발생 초기, 확실하지 않은 원인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에서 천안함이 갑자기 침몰돼 46명이나 희생됐다는 사건 자체의 심각성이 장기간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추측에 바탕을 둔 의혹이 난무하고 유언비어가 확대 재생산되는 등 부작용이 매우 심각했다. 또 사태의 전개 단계별로 사회 일각에서 본질을 벗어난 문제 제기로 군을 지속적으로 폄하하고 조롱함으로써 절치부심 전비태세를 가다듬고 있는 군의 사기를 크게 훼손했다.

천안함 사태에 대한 논쟁의 본질은 ‘이 사태를 누가 일으켰느냐’와 ‘이러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어떤 조치와 준비를 해야 하느냐’가 되어야 한다.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 어뢰 공격으로 드러난 만큼 군 대비태세의 문제점을 조사하고 비판하는 것도 당연하며, 대책 수립 또한 시급하다. 이와 함께 북한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 그러나 논쟁이 군을 부정직한 사기집단으로 매도하거나 과학적 조사 결과에 대해 끊임없이 지엽적이고 주관적인 문제 제기를 하는 쪽으로 흘러왔다. 이로써 국론을 분열시키고 우리 군의 사기와 전투태세를 저하시키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민·군 합동조사단의 공식 발표로 그동안 제기돼온 수많은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지만 이미 국론은 분열되고 군의 신뢰는 크게 훼손됐다. 장병 사기와 군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사회·정치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해 다양한 수단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소통을 활성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국가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군사작전에 관한 여론 형성이 특정 이념적 틀로 재단되거나, 근거 없는 추측에 의한 의혹 제기와 확대 재생산을 거친 각종 유언비어들이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돼서는 안 된다. 그것이 바로 6·25전쟁이 발발한 지 60주년을 지켜온 선열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이기 때문이다.

박재필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위원 예비역 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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