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깊어가는 군 갈등, 국방장관 어디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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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방부가 육군 진급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군검찰관 3명의 보직을 해임했다. 이들이 스스로 해임당하겠다고 결정하고 이를 언론에 알린 것은 명령체계 위반 등 심각한 군기문란 행위라는 게 그 이유다.

이로써 검찰관을 다시 임명해야 하는 등 이번 수사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군 내부의 갈등은 진정될 것 같지 않다. 이번 조치로 진급 비리 의혹이 묻혀버린다면 수사 상황 공개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이들이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를 둘러싼 군의 갈등은 군검찰과 육군본부 간으로 시작됐다가 국방부로 확대됐다. 군검찰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는 국방장관이 나서도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확산되는 한심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윤광웅 국방장관의 지휘력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군이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관련 측 모두에게 책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수사의 발단과 전개과정을 보면 윤 장관이 보다 사려깊은 조치를 취할 수는 없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당초 이번 수사는 철저한 내사를 통해 혐의를 입증한 후 공표했으면 별 문제가 없을 사안이었다. 그러나 장관이 육본에 대한 압수수색을 승인함으로써 이런 수사가 헝클어지게 된 것이다. 물론 육본 측 인사 실무장교의 비협조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다고 하나, 장관이라면 압수수색이 군의 사기와 위상에 미칠 파장을 보다 면밀히 검토했어야 옳았다고 본다. 결국 처음엔 군검찰쪽 손을 들어주다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청와대의 군 흔들기' 등의 역풍이 불자 이번엔 육군 수뇌부 쪽에 섰다는 군 안팎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번처럼 군의 기강이 속절없이 무너진 적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는 장관이 나서 사태를 조기 수습할 수 있도록 특단의 지휘력을 발휘해야 한다. 물론 그 방향은 군의 사기와 비리 의혹 척결을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