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품속 같은 따뜻한 이야기 KBS 'TV동화 행복한 세상'1년째 잔잔한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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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1백번째 이야기: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와 단둘이 살게 된 나는 학부모 모임이 있는 날이 제일 싫었다. 꼬부랑 허리에 꾀죄죄한 옷차림, 손톱 밑엔 언제나 까만 흙때가 끼어있는 할머니가 오시기 때문이다. 그 손톱을 보기만 해도 나는 부끄러웠다….(할머니의 손)

#2백번째 이야기:가족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능한 아버지. 비가 오는 어느 날 밤늦게까지 돌아오시지 않아 찾으러 나갔습니다. 아버지는 우리집 지붕 위에서 우산을 들고 계셨습니다. 집에 비가 새 식구들이 감기들까봐….(지붕 위의 우산·사진)

가족과 이웃 등 우리 주변의 사연을 잔잔하면서도 가슴 뭉클하게 전달하는 KBS 'TV동화 행복한 세상'(월~금 저녁 5시 15분)이 1일로 한돌을 맞았다.

'TV동화'는 자극적·선정적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가운데서도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가족의 의미를 되새겼고 중년들은 인생을 다시 한번 곱씹어볼 기회가 됐다. 그 동안 자신과 이웃의 이야기를 토대로 보내온 사연이 5천건이 넘는다. 방송되는 에피소드는 대부분 이들이 보내준 이야기를 토대로 한 것들이다.

'TV동화'를 인성교육과 정서함양을 위한 시청각 자료로 이용하는 초·중등학교도 늘고 있단다. 제작진은 지난 3월 35분짜리 비디오테이프 16개를 따로 출시해 학교나 군부대에서 교육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했다.

박인식 PD는 "가족과 이웃간에 사랑이 널리 퍼질 때까지 아름다운 그림과 따뜻한 얘기를 계속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TV동화'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창문이 있는 방''어머니의 약봉지' 등 가족 사랑을 주제로 한 내용을 특집 방송한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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