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제닌 조사 무산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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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민간인 수백명을 학살한 의혹이 제기돼온 요르단강 서안의 제닌 난민촌 사태에 대한 유엔의 진상조사가 이스라엘의 집요한 거부와 미국의 비협조로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미국은 아랍권과 공조해 더욱 강도 높게 이·팔 분쟁 중재에 나설 전망이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조사단이 무한정 (대기상태로)남아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조사단 해체 방침을 시사했다.

이스라엘 내각은 유엔 조사단이 구성된 지난달 27일부터 사흘간 조사단의 입국을 불허해오다 30일 "조사단은 ▶진상파악만 하고▶이스라엘은 주요문서·공무원에 대한 조사거부권을 갖는 등 6개 조건을 수용하라"고 선언, 사실상 조사 자체를 거부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같은 선언에 아무 비판을 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를 미국이 자신들을 지지하는 뜻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지난주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회담한 자리에서 미국 관리들이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를 설득하고, 압둘라 왕세자측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휴전을 권유하는 '공동외교'를 펴기로 합의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아랍권과 '역할분담'에 합의함으로써 그동안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던 중동문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모로코 카사블랑카를 방문 중인 압둘라 왕세자는 다음주로 예정된 샤론 총리의 방미와 거의 동시에 아라파트 수반을 만나기 위해 아랍 각국의 수도를 방문할 준비가 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미국과 사우디 정상이 이·팔 정상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면 이·팔 양측과 미국·러시아·유엔·유럽연합·아랍권이 참여한 평화회의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독립을 논의하는 단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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